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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TV 속 음식들, 카메라 뒤에 숨어있는 맛의 이야기
  • 이서진 기자
  • 승인 2021.09.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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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지역신문=이서진 기자] 먹고 요리하는 TV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 음식 전문 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에도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한국인의 밥상도 그중 하나다. 최초의 방송이 전파를 타던 순간부터 음식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친숙한 소재였다. 그리고 그 음식 프로그램들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방송의 날을 맞아, 오랫동안 음식을 통해 소통하며 추억과 위로가 되어준 TV 속 음식들, 카메라 뒤에 숨어있는 맛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 TV 드라마 속 음식, 시대와 삶을 표현하는 숨어있는 주인공 

드라마에선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음식을 정말 먹는 걸까? 맛은 어떨까? 

KBS 일일드라마 ‘속아도 꿈결’ 제작 현장, ‘컷’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의 본격적인 먹방이 시작된다. “소품 먹고 성공한 사람 못 봤다.“던 옛말이 무색하게, 다양한 메뉴와 맛으로 배우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드라마 소품 음식들. 속아도 꿈결을 비롯해 ‘빨강구두’ ‘오케이 광자매’등 KBS 드라마 속 밥상을 책임지는 드라마 조리팀에겐 화면에 담기는 색과 모양, 대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조리법, 국수가 불지 않도록 시간을 맞추는 노하우 등, 특별한 숙제가 주어진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돕는 조력자이자, 드라마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소품 음식은 시대 배경이 다른 사극에선 더 많은 고민과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한 방송사 사극에 참여 중인 15년 차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민지 씨. 재료의 선택부터 조리법, 마지막 그릇에 담기까지, 방대한 자료조사와 고증과정을 거쳐 하나의 음식이 완성된다. 몇 초 짧은 한컷을 위해 토종 식재료를 어렵게 구해오고, 온갖 문헌을 뒤져 참고한 조리법을 영상에 구현해내는 푸드스타일리스트. 한 시대와 그 시간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음식들은 드라마 속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쿡방은 무엇이었을까? 

음식이 방송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한건 언제부터였을까?

1961년 KBS 개국과 함께 시작된 TV 방송 시대, 흑백에서 컬러TV로 바뀌던 1981년KBS ‘가정요리’와 함께 본격적인 요리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당시 ‘가정요리’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던 박희지 요리연구가는 1세대 요리연구가로 유명했던 하선정 요리연구가의 딸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직접 담든 된장과 장아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칠순의 요리연구가. 모든 게 어려웠던 시절, 평범한 재료도 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겐 솜씨 좋은 어머니같은 존재였답니다. 그런데, 정작 박희지 씨보다 먼저 방송에서 음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사람이 바로 어머니 하선정 요리연구가다. 최초의 요리학원을 열었던 하선정 선생은 1956년 개국하여 5년간 전파를 탔던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국인 ‘HLKZ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테이블 위에 화로와 냄비를 올리고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하선정 요리연구가의 모습이 우리나라 최초의 쿡방인 셈이다.

■ 그때 그 사람들, 추억의 ‘요리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KBS ‘가정요리’와 함께 아침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누렸던 MBC ‘오늘의 요리’ 진행자 이종임 씨는 박희지 씨와 이종사촌자매다. 

하선정 하숙정, 1세대 요리계를 이끌던 자매의 손맛이 2대까지 이어졌고, 딸 박보경 씨까지, 3대째 요리연구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음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TV가 전부였던 80년대, 방송이 끝나고 나면, 소개된 식재료가 시장에서 동이 나기도 했고, 요리연구가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 소개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집들이, 생일등 손님을 초대해 솜씨를 자랑하던 구절판, 달걀말이나, 병아리크로켓처럼 색과 모양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잡는 도시락, 짜춘권과 같은 이름도 맛도 낯선 중국 음식은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게 최고의 덕목이고, 매일 아이들 도시락을 싸야했던 80년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는 추억이 된 요리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 그 시대의 풍경과 삶을 담아냈던 그 시절 추억의 음식들을 다시 만나 본다.  

■ 위로가 되어준 TV속 음식, 김동건 아나운서와 함께 나누는 방송과 음식 이야기 

음식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던 요리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90년대 이후, TV에는 재미있게, 눈으로 맛을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음식 프로그램에 남성 셰프들이 등장했고, 방송을 통해 스타가 된 요리사들이 음식방송 전성시대를 열었다. 한국인의 밥상도 그 길에서 10년을 이어왔다. 

우리는 왜 이토록 TV속 음식 이야기에 매혹되는 걸까? 그 음식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걸까?  

방송인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60여년, 대한민국 대표 아나운서로 자리 잡은 방송인 김동건 아나운서. 한국인의 밥상의 애청자라는 그가 방송에서 처음으로 오랜 친구인 최불암 배우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남산 KBS 시절 추억의 산길다방과 매일 값싼 분식으로 허기진 속을 채우던 추억의 장소를 지나, 40년 단골이라는 서울의 한 오래된 노포를 찾았다. 좁은 골목길, 간판도 없이 마당과 툇마루가 정겨운 옛집, 주인과 가족처럼 지낸다는 김동건 아나운서에겐 고향 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다. 

닭을 삶아 기름기를 빼고 국물없이 담아낸 다음, 데친 부추와 함께 먹는 이북식 찜닭과 김치가 아닌 절인 배추와 부추, 기름기 없는 살코기만으로 맛을 낸 담백하고 슴슴한 평양만두는 실향민인 김동건 아나운서에겐 두고 온 고향과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늘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고향과 가족,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는 김동건 아나운서에게, 잊혀지지 않는 TV속 음식은 광부의 아내가 남편을 위해 정성껏 싸주던 소박한 도시락. 막장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남편과 함께 들려오던 빈 도시락의 달그락 소리는 음식에 간절한 마음을 담았던 아내의 기도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음식이란 누군가에게 추억이고, 간절한 마음임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 음식의 소중함과 가치를 담는 음식방송의 역할과 의미를 돌아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이서진 기자  webmaster@joyg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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