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반기는 어르신들 있어 행복...방문간호사 처우개선 돼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의료취약계층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독거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광명시보건소의 방문간호사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광명시 각 동 주민센터에 파견돼 지역복지 현장의 최일선에 나가 취약계층의 의료와 복지를 연계하는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늘어나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방문건강관리사업, 매서운 겨울바람도 녹이는 방문간호사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註>

 						 							▲ 오인숙 방문간호사가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치료하고 있다.
▲ 오인숙 방문간호사가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치료하고 있다.

“할머니, 잘 주무셨어요?”
오인숙 간호사가 익숙하게 집으로 들어가며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가 잠은 잘 주무시는지, 약은 잘 챙겨드시는지, 건강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할머니의 굳은 손과 무릎을 정성스럽게 주물러주고, 혼자서도 운동을 하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알려준다.

10년째 방문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광명에 남아 있는 유일한 방문간호사다. 오 간호사는 하안3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광명에서 취약계층이 가장 많은 하안3동, 그녀가 돌보는 가정은 1천여가구에 달한다.

“아픈 몸에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방문해야 할 곳이 많다보니 더 자주 찾아가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방문한다고 하면 어르신들이 제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가 맨발로 나와 반겨주시고, 혹시 내가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을까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죠. 하안3동 주민센터에 오시면 내가 있나 둘러보시고,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도 편하게 털어놓으시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그녀는 방문간호사들이 단순히 혈압을 재고, 혈당을 체크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렵고 소외된 이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말동무이자 딸이고,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이들을 발굴해 의료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다리라고 말한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임산부, 영유아 등)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인식을 제고해 건강행태 개선, 건강생활 실천 유도, 건강지식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

 						 							▲ 방문간호사들이 광명보건소에서 사례관리집담회를 하고 있다.
▲ 방문간호사들이 광명보건소에서 사례관리집담회를 하고 있다.

현재 광명시에 방문등록된 가구는 2016년 12월 23일 기준 총 6,617가구이다. 광명시의 방문간호사가 8명인 점을 감안하면 간호사 1인당 827가구를 돌보는 셈이다. 올해 방문간호사 1인당 월평균 방문수는 총 122건이며, 직접방문만 107건에 달한다. 내년 1월부터 방문간호사가 13명으로 증원되긴 하지만 여전히 돌봐야 할 가정이 많은 상황이다.

방문간호사들은 사례집담회를 통해 자신이 방문한 가정의 사례를 공유하고, 질환에 대해 공부한다. 의사인 이현숙 광명시보건소장은 방문간호사들이 질환을 더 잘 이해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매월 사례관리집담회를 개최한다. 방문간호사 혼자 담당해야 할 대상자가 많고, 이들의 건강문제를 다 관리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공유하면서 효율적으로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차원이다.

2013년 전국 최초로 광명시가 시범으로 복지동을 추진하고, 이후 18개동 전체로 활성화되는데 방문간호사들의 역할은 컸다. 복지동은 방문간호사, 공무원, 사회복지사가 3인 1조로 취약계층을 민관 합동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다. 오래전부터 가가호호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던 방문간호사들은 복지동의 최일선에서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을 위해 공무원들과 힘을 모았다. 그 결과 복지동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복지사각지대발굴, 복지전달체계 개편, 지역복지사업 활성화 분야에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복지정책모델이 됐다.

전문가들은 의료와 복지의 맞춤형 연계서비스를 제공해 광명시가 더 나은 복지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방문간호의 경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동안 많은 방문간호사들이 광명을 떠났다. 고용불안으로 인해서다. 2014년 기간제였던 방문간호사들이 일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다소 고용불안이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간선택제임기제 근무로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방문간호사들이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문간호사들은 처우가 나은 서울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고, 방문간호 서비스 대상자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내년에 활동하는 광명시 방문간호사 13명 중 무기계약직은 5명에 불과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방문간호사들은 각종 의료기기와 약통을 꾸려 자신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향해 익숙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수년동안 지역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방문간호사들이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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