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이다

 						 							▲ 4.13 총선에서 경기도선관위가 경희대 의대 유치와 관련해 새누리당 후보가 공표한 사실이 거짓이라고 발표한 내용
▲ 4.13 총선에서 경기도선관위가 경희대 의대 유치와 관련해 새누리당 후보가 공표한 사실이 거짓이라고 발표한 내용

총선은 막을 내렸지만 선거법 위반 수사는 진행 중이다. 선거법 위반행위는 민의를 왜곡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표만 얻으면 된다는 잘못된 발상과 행동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똑똑히 보여주는 선거문화를 만들어야 나라가 바로 서고, 지역이 깨끗해진다. 당선자는 힘이 생겼으니 못 건드리고, 낙선자는 불쌍하니까 봐주는 결과주의와 온정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정치 불신이 없어진다. 당선 여부를 막론하고, 검찰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이와는 별개로 이번 총선에서 광명시민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경희대 의대 유치와 관련해 공표한 사실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거짓말로 판정되고, 결국 검찰고발까지 당한 것이다.

중앙정치의 흐름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광명 지역정가에서는 경희대 의대 유치 거짓말 논란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패배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광명갑 후보 캠프에서는 정작 당사자인 경희대와 광명시 담당부서에서 의대 이전을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하고, 선관위가 거짓으로 결정한 후에도 현수막, 문자, 보도자료, 유세 등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멈추지 않았다. 광명시 공무원이 말을 안 듣는 것이지, 이미 양기대 시장과는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 사업을 후보에게 제안한 부동산 업자가 취재과정에서 했던 주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해당 후보측에서 정말 양 시장과 모종의 약속이 있었는지, 업자 말만 듣고 그런 것인지 수사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혹여 업자에게 맹목적으로 기대어 일을 벌였다면 그야말로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는 셈이다.

이쯤되면 특정후보와 업자가 광명시장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선거운동을 했지만 정작 양 시장은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양 시장은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몰랐고, 민감한 선거철이라 나설 수 없었다”며 검찰에서 자신이나 공무원도 조사를 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업자가 작성한 회의록에 의하면 양 시장과 업자의 공식미팅은 2015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양 시장은 공무원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업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과 추진해보자고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양 시장은 “광명시 미래가 걸린 것이라면 누구라도 만나 대화할 수 있다”며 “업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광명시장이 광명의 미래가 걸린 개발사업을 위해 누구를 만나지 못하겠는가. 문제의 본질은 양 시장이 업자를 만났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광명시장과 추진하기로 합의된 것처럼 특정 정치인 선거캠프와 업자가 광명시민들을 상대로 선거전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도 안했다는 것에 있다. 시장과 이야기가 됐다는 이들의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는 양 시장의 말 한마디면 확인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선관위의 제재가 없었다면 양 시장의 침묵은 ‘묵인’처럼 호도돼 광명시민들의 소중한 주권은 농락당할 수 있었다.

거짓말 논란으로 광명시민들이 혼란을 겪는 동안 양 시장은 과연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할 작위의무를 이행했는지, 아니면 방관자로서 바라만보고 있었는지 스스로 깊이 생각해야 한다. 때로는 무언가를 해야 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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