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견] 정치인들은 소리없는 눈을 두려워하라

익명의 독자가 기고한 글입니다.

밋밋한 홍보기사가 많을 때 사실(Fact)이 뒷받침된 논란이 등장하면 대개는 휘둥그레 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 조작시비 관련기사는 일순간에 광명 시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조작을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고약한 사건입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지난 대선 때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 다를 바 없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광명종합뉴스 발행인은 무엇 때문에 광명시장을 찾아가 ‘뭘 써주면 좋겠느냐’고 물었을까요? 그 분이 기자 맞습니까? 광명시장은 왜 ‘자신의 입장에서는 여론조사가 좋다’고 답했을까요? 나중에 본인 스스로 밝힌 사실이지만, 선거 때문이었습니다.

광명시장은 보도자료에서 “주간지가 녹음시키고 보도하고...일련의 행동은 정치적 음모”라며, 특히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현직 시장이 뭐가 아쉬워 신생창간 지역신문에 여론조사를 시키겠느냐”고 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보면서 한줄기 의구심이 섬광처럼 스쳤습니다. 뭔가 숨겨진 진실이 있지 않을까, 자신의 허위의식을 그렇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양 시장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여론조사를 실시 보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는데 “뭐가 아쉬워 여론조사를 시키겠느냐”는 주장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시키겠느냐’라는 표현도 적절한 지 의아합니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밴드웨곤(Bandwagon)이라고 불리는 승자편승효과인데,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다수의 지지를 얻는 후보 쪽으로 편승하는 심리적인 효과입니다. 승자 쪽에 서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심리를 이용하면서, 여론조사의 부정적인 영향을 양 시장 본인에게만큼은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여론조사 비용 2백만 원이 사실상 행정기관에서 조달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 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양xx 별정직 공무원이 아닌 또 다른 A공무원이 B기업인으로 하여금 여론조사비용을 대도록 했다고 합니다.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는 창간신문 여론조사 비용을 시장이 수장으로 있는 행정기관이 직접 나서서 지불하도록 해준 것입니다. 수사결과가 기다려지는, 참으로 기가 막히는 현실입니다.

양 시장이 동아일보 기자시절에 펴냈다는 ‘도둑공화국’이란 책의 부제는 ‘권력과 재벌의 한 판 잔치’더군요. 이번 여론조사 조작시비는 수사결과에 따라 행정권력과 지역언론이 같은 편이 되어 거나하게 한 판 벌이려던 잔치가 무산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기자가 녹음하고 보도하는 일은 직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특성입니다. 그들이 아무런 감과 촉이 느껴지지 않는 사안을 두고 녹음을 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지켜야 할 정의(正義)의 문제입니다. 공인(公人)이 상식적인 균형을 잃고 처신하는 것을 알았을 때 기자가 침묵하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 아닐까요? 기자를 겨냥해 남을 죽이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댓글을 쓰는 것은 기자가 뭐하는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공무원 선거개입 여부 아닐까요?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는 논쟁 한 복판에 서서 바르고 곧은 얘기를 마다하지 않는 분들도 많지만, 두더지처럼 제 모습 보이지 않는다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역사회의 정의로움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들에게 박수가 필요한 때입니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특히 말없이 조용히 제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소리 없는 눈’을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