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기획] 광명사거리 한집 걸러 하나씩 들어서

“자고 일어나면 성인오락실이 버젓이 들어서 있어요! 아이들 등하교하는 거리에 한집 걸러 하나씩 성인오락실이니 어디 광명에서 살겠어요?”

2005년, 광명경륜장 개장을 앞두고 광명사거리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성인오락실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였다. 시민들의 불만은 커져갔지만 성인오락실 허가,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광명시와 광명경찰서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성인오락실은 유흥업과 달리 법적으로 판매시설로 규정되어 있어서 주택과의 거리제한이나 개수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관광부는 이미 썩을대로 썩어 있었고, 단속의 의지는 없었다. 국가에서 사행성 도박을 권장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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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18 (광명지역신문 27호)
▶청소년 보호한다던 단체, 돌연 집회 못해?

광명지역신문이 늘어나는 성인오락실을 보도한 것은 2005년 8월이었고, 그 해 12월 ‘성인오락실 난립집회’를 광명사거리에서 개최했다. 성인오락실 난립반대집회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은 시끄러워졌다. 소위 지역의 유지라는 인사들은 겉으로는 성인오락실 난립을 걱정하는 듯했고, 이 집회에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확답했다.

또한 청소년 유해환경을 감시한다는 모 단체는 집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주최단체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주최단체는 집회 당일, 행사 주최가 어렵다고 광명지역신문에 통보해왔다. 이유는 광명시 관련부서에서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집회를 참여하려는 이들에 대해 협박성 메시지들도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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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05 (광명지역신문 28호)
▶조폭-지역유지들 대거 연루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성인오락실을 취재하면서 이 사업에 대규모 조직폭력배들과 중앙의 인사들은 물론, 광명시의 지역인사들도 대거 연루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포착된 사실이었다.

성인오락실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지역 인사들의 투자처였고, 이곳의 수입금은 이들의 뒷배를 봐주는 조직폭력배의 자금줄로 활용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과 당시 시장의 측근들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이 서슴치 않고 투자를 하는 행태가 빚어졌다. 성인오락실은 광명 깊숙이 곪아있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집회 취소됐다’ 허위문자로 방해작업

성인오락실 난립반대집회가 열리는 당일, 지역사회에 ‘집회가 취소되었다’는 허위 문자메시지가 대량 유포되면서 광명지역신문 사무실에는 집회가 취소됐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집회를 막으려는 이들의 치졸한 방해작업에도 불구하고, 성인오락실 반대집회는 광명사거리 크로앙스 앞에서 예정대로 개최되었다. 집회를 여는 광명사거리 주변에는 집회 상황을 알아보려는 조직폭력배들이 있었고,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술을 마시고 와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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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지역신문 29호 (2005.12.25)
▶광명시, 지역유지 설득해 성인오락실 개업포기

광명지역신문은 집회를 마치고 ‘곪은 것은 터집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신문 1면 탑으로 올렸다. 성인오락실 취재 도중 알게 된 사실들과 지역보다 돈 몇푼이 욕심나는 인사들의 명단 공개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비공개로 하되, 이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백재현 시장은 처음에 곤란함을 표시하다가 결국 이 뜻에 동의했다.

백 시장은 도박도시 광명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광명지역신문에 공표하고, 성인오락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개업하거나 투자하려 하는 이들을 설득해 성인오락실 개업을 포기하게 했다.

▶바다이야기 게이트 터지다

2006년 8월 ‘바다이야기 게이트’가 터져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바다이야기와 관련해 중앙 정치인, 청와대 인사, 문화부 인사를 비롯해 대규모 조직폭력배들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이야기 게이트가 터지기 얼마 전 전재희 국회의원과 자리를 함께 했다. 전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었다. 그 때 전 의원이 성인오락실 이야기를 하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조만간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바다이야기 게이트가 불거진 것이 정치적 목적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성향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광명에 살고 있는 우리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동심을 멍들게 한 성인오락실을 이제 광명사거리에 버젓이 들어설 수 없게 됐다. 비록 음지에서는 여전히 몇몇 성인오락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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