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MOU…전임시장 전철 밟지 않아야

광명시와 (주)이너디자인그룹이 KTX광명역 도시지원시설 부지 33,060㎡(1만평)에 ‘광명국제디자인클러스터’(이하 디자인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이 곳에는 디자인전문대학원, 창업센터, 아카데미, 박물관, 공연장 등이 건립되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외국 디자인 회사를 입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고, 400개 기업에 5,000여명 고용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광명국제디자인클러스터 유치 확정’이라는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KTX광명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었던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무산되었던 경험을 안고 있는 광명시와 광명시민들 입장에서 ‘디자인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MOU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KTX광명역 활성화는 광명시민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염원이고, 이 부지가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도시의 가치는 달라진다.

전임시장들 역시 이런 이유로 광명역세권 도시지원시설 부지 활용방안을 자신의 임기 중 확정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2006년 백재현 전 시장은 숭실대 제2캠퍼스를 여기에 유치하려고 MOU를 체결했고, 2009년 이효선 전 시장은 LED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며 미국 차이나텔 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전임시장들은 MOU를 체결한 후 마치 일이 다 성사된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광명시민들은 ‘드디어’ 광명에도 대학이 유치되고, 최첨단 기업들이 들어온다 믿었다. 그러나 결국 숭실대 제2캠퍼스와 LED클러스터는 모두 무산됐다. 시민들의 불신과 실망감을 커졌고, 장밋빛 환상만을 내세워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인기에 영합한 전시성 행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양기대 시장이 추진하는 ‘디자인클러스터’는 같은 부지에만 벌써 세번째 체결되는 MOU인 셈이고, 시민들이 역세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양 시장이 다시 전임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이 사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PF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앞으로 120일 이내에 SPC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150일 이내에 금융권의 투자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무효가 된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사실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문서라는 뜻이다. 경기불황과 부동산 침체로 PF 사업의 중단사태가 늘고, 사업을 계획했다 아예 추진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런 복잡하고, 까다로운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양 시장은 더욱 진중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들이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벌인 치적 내세우기가 얼마나 경솔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그동안 광명시민들이 얼마나 큰 상실감을 겪어왔는지 양 시장은 명심해야 한다.

이번 MOU가 광명시민들에게 정책의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또한 이를 통하여 광명의 소중한 자산이자, 광명시민 모두의 염원인 KTX광명역 활성화의 큰 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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