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삽순이야.” 어리버리한 수습기자로 지역신문에 첫발을 내딛었던 그 시절, 저에게 한 선배님이 더 열심히 삽질을 하라는 뜻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편하게 총질을 하겠다는 겁니다.

‘누군 땀 뻘뻘 흘려가면서 삽질을 해야 되고 누군 편히 쉬다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하면 되는거야?’ 이런 생각에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왜 누구는 삽질을 하고 누구는 총질을 해야 하는지 곧 알게 됐습니다.

삽질은 성실하고 부단하게 움직이지만 잘못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퍼낸 흙을 메우면 됩니다. 그러나 총질은 일시에 모든 상황을 해결하지만 잘못 조준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제 저도 신문사에서 삽질이 아니라 총질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자시절 마구 휘둘렀던 글도 지역에 미칠 영향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기자들이 쓴 기사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편집장이란 딱지는 참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얼마 전 대전 철도공사 앞에서 광명역 정상화 궐기대회가 있었습니다. 백재현 시장님도 대전까지 기어이 따라왔습니다. 광명역 정상화를 위한 바람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저는 한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면 보다 논리적으로 싸울 대책을 세우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장님이 뭐 어떠냐고 한다면 그냥 그렇게 살다 가시라고 하겠지만 영등포 정차 용역을 광명에서 받아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비용까지 공동으로 부담하라는 철도공사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변변한 반박논리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답답한 광명시 입장에서는 총질할 사람은 몸으로 보여주기보다 머리부터 굴리고 능숙하게 조준하는 총잡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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