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법이 판치면 지역은 망가진다

                      ▲ 취임한지 9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양기대 시장. 교육시장이라 자칭하는 양 시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고향을 물려주고 싶을까. 사진은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기뻐하는 모습.
▲ 취임한지 9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양기대 시장. 교육시장이라 자칭하는 양 시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고향을 물려주고 싶을까. 사진은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기뻐하는 모습.
목적을 위해서는 부당한 수단과 방법을 써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면 지역사회가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편법이 통하고, 여기에 빌붙어 눈치 보는 사람들이 득세하면 세상은 조악해진다. 더욱이 지역의 수장이 이런 점을 간과한다면 지역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최근 민간단체인 광명시생활체육회 회장 선출에 양기대 시장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양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셍체에 대한 감사도 하고, 인건비도 안주면서 현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지만 사퇴는커녕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회장에 추천되자 연임을 방해하려고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책정되어 있는 생활체육지도자들의 월급을 제 날짜에 주지 않아 설 연휴에 돈 없이 고향에 내려가게 하는가 하면, ‘생체에는 볼펜과 지우개도 사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시장이 회장으로 있는 체육회는 특정인을 흠집 내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기자회견도 서슴지 않는다. 시장은 생체 회장 앞에서는 일을 잘 한다 칭찬하고, 뒤에서는 딴 짓을 하는 이중성도 선보인다.

생체 사태는 비단 체육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부당하고, 치졸한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시장이 과연 지역을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케 하고, 그에 대한 정치적 신뢰와 인간적 믿음까지 깨뜨린 심각한 사건이다.

실망스러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양 시장은 사람을 기용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애향장학회, 국민체육센터, 체육회 등 몇몇 단체들의 유급직원으로 심어놓은 사람들은 몇 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돌연 사표를 낸 모 인사의 경우 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사실까지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

광명시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중앙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야 할 시장이 민간단체장 한 사람을 바꾸는데 집착하고, 측근심기에 혈안이 되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양 시장의 행태는 마치 원하는 것을 사주지 않으면 생떼를 쓰는 어린 애와 같다.

취임 9개월에 들어선 양기대 시장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광명에는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악재를 거듭하고 있다. 보금자리는 언제 사업이 추진될지 불투명하고, 보금자리내 수십만평 군사타운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주민들은 LH공사의 재정난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속철 광명역은 국토부의 일방적인 영등포역 정차 발표로 뒤통수를 맞으면서 고사위기에 처했지만 양 시장은 시민들을 강제동원해 ‘보여주기식’ 궐기대회를 하며 책임 면피에만 급급했다. 국토부가 문서로 줬다는 광명역 활성화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구속력이 없는 공염불이지만 시장은 이에 대해 따지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는데 급급해 광명시가 전체 예산의 72%를 떠안게 되는 MOU를 체결하면서 시장의 협상능력은 낙제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광명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리더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임에 시민들의 꿈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는 위기의 땅이기도 하다. 리더가 밖에서는 싸우지 못하면서, 안에서 명분없는 싸움만 하려고 들면 광명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양기대 시장이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지역을 생각하는 마음에 '교육시장'을 자칭하고 있다면 취임 후 지난 8개월간의 자신의 행적들이 광명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교육적이고 떳떳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자기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가 난무하고, 목적만 이루면 편법도 정당화되는 조악한 고향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서야 되겠는가. 시장이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명분이 없으면 권력은 바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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