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독자에게] 소통도 멍석 깔아놓으니...

신년을 맞아 요즘 양기대 시장은 18개동을 차례대로 방문해 시민과의 대화를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년 하는 행사입니다만 취임하면서부터 줄곧 소통하겠다고 말해왔던 양 시장에게는 시민들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도록 멍석이 깔린 셈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이지만 정작 시민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 지난 24일부터 2월       11일까지 열리는 동방문 및 시민과의 대화
▲ 지난 24일부터 2월 11일까지 열리는 동방문 및 시민과의 대화
동방문 인사 및 시민과의 대화는 2시간입니다만 시정홍보 동영상과 참석한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의 인사말로 1시간 이상을 훌쩍 넘깁니다. 주로 치적을 내세우거나, 가끔 밑도 끝도 없이 시장이나 동료 의원들을 잘 뽑은 것 같지 않냐면서 갑자기 시민들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리한 인사말이 끝나고 정작 중요한 시민과의 대화는 주민 대여섯명이 대개 미리 준비된 질문과 답변으로 20여분 이어지다가 맥없이 마무리됩니다.

“괜히 바쁜데 사람 불러다 놓고, 시간만 낭비하게 만들어.”
연일 영하권을 맴돌고 있는 한파 속에서도 참석한 주민들은 이렇게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바쁘고 추운데 참석한 주민들의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이 먼저 행사장 문 밖으로 나가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하는 것은 잊지 않습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소통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얼굴 알리기로 주객이 전도된 형식적인 시민과의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양 시장이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이른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서민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들었답니다만 이제는 얼마만큼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했는지 광명시의 중간점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양 시장이 최근 90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소통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시장의 방침에 맞춰 광명시는 더 많은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인터넷 소통위원회, 시정모니터위원회도 구성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시민들과 더 가까이 접촉해 광명을 전국 최고의 소통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데 굳이 만류할 이유야 없겠지만 무슨 위원회다 뭐다 구성해 놓고, 형식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만족하며 용두사미로 되는 건 아니냐는 세간의 차가운 시선도 많습니다. 사실 시장이란 자리는 소통하겠다고 유별나게 말하고 다니는 자리가 아니라 당연히 시민들과 소통을 하면서 묵묵히 시의 살림을 챙겨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것이 시장의 의무입니다.

서민, 소외계층, 전문가... 다들 바쁜 사람들이 시정에 참여하겠다고 모였습니다. 우려반, 기대반으로 출범한 시민소통위원회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주민참여를 이끌어가는 로컬 거버넌스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