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규형 천왕동폐기물시설 반대주민대책위원장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이득인가부터 따지고 일을 하려고 합니다. 천왕동 폐기물처리시설 문제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일하지도 않았으면서 일했다고 생색낼 일이 아닙니다. 거저 세비를 탈 생각만 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광명시민들의 자존심과 경기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광명시민의 생존권 문제입니다. 전시효과만 노리는 정치꾼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입니다.”

천왕동 폐기물시설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이규형 위원장은 이렇게 거침없이 화두를 던진다. 이 위원장은 2009년 2월 광명1동~광명7동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위원회를 조직했고, 반대 궐기대회와 항의방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폐기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가 꾸려지자, 이것은 정치인들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했다. 광명시 경계에서 불과 4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폐기물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무감각했던 정치인들은 시의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를 꾸렸고, 광명시는 서울시와 구로구에 폐기물시설 건립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또한 서울시는 광명시민들의 반대의견이 결집되자, 민원이 계속되는 한 폐기물시설 설치를 위한 개발계획변경절차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구로구에 통보했다. 이렇게 천왕동 폐기물시설반대 주민대책위는 지역에 무관심한 정치권을 변화시키고, 지역현안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로컬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구로구는 이미 8억원을 들여 폐기물시설 설계를 끝낸 상태입니다. 지방선거로 잠시 소강상태에 있었던 폐기물시설 건립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인 셈이지요.”

이규형 위원장은 광명시가 이 문제의 심각성과 급박성을 인식하고, 구로구와의 협상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폐기물시설이 들어설 경우 비단 광명동 주민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루에 4~500톤의 폐기물을 싣고 2톤 차량 200대가 광명시 주요도로를 관통하게 될 것입니다. 구로구의 폐기물처리시설 계획은 광명시민들의 생존권과 건강을 위협하고, 광명시를 무시하는 처사인데 광명동에 사는 주민들이 아니면 이 문제에 무관심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 이규형 위원장이 구로구청       앞에서 폐기물시설건립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이규형 위원장이 구로구청 앞에서 폐기물시설건립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규형 위원장은 조선시대 재야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의 후손이다. 강직한 성품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뛰어 드는 정의파이기도 하다. 광명5동에서 30년을 살아온 그에게 사람들은 풀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찾아오고, 앞에 나서서 일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가 폐기물처리시설 반대주민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광명5동 주민자치위원장, 방위협의회장, 바르게살기협의회장 등을 역임한 주민들의 대변자였다. 현진에버빌 재건축 조합장으로서 부정없이 투명하게 일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일단 일하게 되면 건성건성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강한 추진력과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에 사람들은 그를 존경한다. 이런 성격 탓에 일을 추진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서 충당하기도 수차례다. 폐기물시설 반대대책위 역시 시 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는 가운데 이끌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요즘 같이 자기 살기도 빠듯한 세상에 이런 일에 뛰어든다고 하면 왜 고생을 사서 하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을 알게 된 구로구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일반주민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다.

“6~7천명의 고척동이 밀집지역이라고 천왕동으로 옮긴다는데 이 곳은 1만4천명의 인구가 밀집될 지역입니다. 따라서 구로구가 천왕동에 폐기물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얘깁니다. 광명시가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

이규형 위원장은 앞으로도 주민대책위 차원에서 반대운동을 활발히 전개할 방침이다. 그는 광명시와 구로구의 수장이 협상 테이블에서 조속히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민들과 시장, 시의원이 힘을 모아 전방위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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