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덩어리 음식물처리시설 무엇이 문제인가?

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병합처리한다며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지어진 시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시설은 수차례 보완공사를 거쳤지만 가동되지 않고, 음식물쓰레기 위탁처리비용으로 연간 20억원의 혈세가 새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광명시가 설계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광명시도 설계검증을 하지 않아 5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2심 판결은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재판과는 별개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이 시설이 단 한번도 정상가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건 시민들 입장에서는 열 받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국회의원인 백재현 전 시장은 전국 최초로 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병합처리하겠다는 의욕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부실행정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물론 백 전 시장은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면 발전이 있겠느냐고 항변합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든 것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정상적으로 처리됐을 때에만 할 수 있는 변명입니다.

백 전 시장이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이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05년 9월경입니다. 그는 소송으로 책임소재를 명백히 하자는 공무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2006년 2월 시공사에게 보완공사의 하자 책임을 묻지 않고, 준공절차를 진행해주겠다는 이면합의를 합니다.

그렇게 보완공사는 진행됐고, 여전히 시설은 전혀 가동되지 않았지만 시공사와 감리사는 이면합의를 근거로 2006년 5월 30일 준공승인을 신청했습니다. 이면합의 때문에 광명시는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백 전 시장은 이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시간만 끌다가 그냥 퇴임해 버립니다.

결국 준공승인은 2006년 7월 5일 이효선 시장이 취임한 지 5일만에 이루어집니다. 이 시장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로부터 시설이 정상가동된다는 허위보고를 받았답니다. 어쨌든 이효선 시장은 백재현 전 시장이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지며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일을 온전히 덤터기 쓰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큰 정치인은 책임을 무조건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렇게 얄팍한 수를 쓴 것처럼 보여서야 되겠습니까?

백재현 의원은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직권남용혐의로 고발됐지만 검찰은 정책적 판단이라며 형사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것을 덮고 백 전 시장에게 면죄부를 주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그는 여전히 민사, 행정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백 전 시장이 왜 법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묵살하고, 스스로 나서서 업체의 하자책임을 묻지 않고 준공을 하기로 했는지, 독자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일만 터지만 빠져 나가려는 정치인보다 투명하게 책임지는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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