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독자에게] 이도저도 아닌 '백재현 식' 정치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이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이권 때문에 없어지기 힘든 것이 또한 정당공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입니다. 국회의원의 마인드에 따라 지역정치의 성패가 판가름 될 수도 있습니다.

“신중한 공천, 책임있는 공천을 하겠다”는 민주당 백재현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들은지 엊그제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그릇이 영 그렇지 못합니다.

신중한 공천을 하겠다던 그는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심지어는 사회복지일을 잘 하고 있던 이에게 공천을 준다고 약속하고 사퇴까지 시키더니 바로 다음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시의원 비례대표로 바꿔 그를 내정하려다 당내 반발에 부딪힙니다. 상무위원 투표로 결정하겠다던 비례대표를 슬그머니 그냥 끼워 넣으려 하니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했던 이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재현 의원의 행동을 원색적으로 비판합니다.

그 뿐입니까. 양기대-김경표 양자구도에서 김경표 예비후보에게 사퇴 기자회견을 하도록 한 백 의원은 회견장에 함께 나오기로 약속했지만 급한 일정이 있다며 나타나지 않습니다. 양기대 예비후보, 장영기 민주당 광명(을) 위원장은 백 의원이 하라는 대로 모양 빠지는 이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가 지역사회에서 된통 욕을 먹습니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결론적으로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그의 행동은 마치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구렁텅이에 밀어넣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공천과정에서 국회의원의 힘은 막강해지지만 웬일인지 백 의원은 더 흐리멍텅 해집니다. 요즘 백재현 의원의 옆에는 그가 8년 시장 재임시절 동안 측근으로 있다가 이효선 시장의 취임 이후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밀려났던 이들이 바짝 붙어 있답니다. 지난 4년간 당한 설움을 이번 기회에 만회해 보려는 이들의 조악한 짜깁기에 지역 정치판은 흐려집니다.

어쨌든 시의원, 도의원, 시장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된 백재현 의원은 리더십의 첫 심판대에서 발가벗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알맹이가 없습니다. 악수에 악수를 거듭 두는 그는 정치에서는 '하수'처럼 보입니다.

좋은 감독은 선수들이 즐겁게 경기를 풀어가도록 판을 만들어 줍니다. 각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감독의 몫입니다. 이것을 못하면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실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성적은 떨어지고, 감독은 가차없이 잘립니다.

판을 읽고 짤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적어도 오랜 세월 지역에서 일해 온 정치인으로서 최소한 지역에 대한 책임감은 가지고 행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머리도 나쁘면서 이기적인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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