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고교 교장선생님들께 드리는 고언

                      ▲ 양두영 <소하고       역사교사>
▲ 양두영 <소하고 역사교사>
광명시 여러 고등학교에서 현재 사용하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다른 교과서로 교체하라는 압력이 있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제외하고 다른 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도록 교과서 심사를 하라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 광명시 고교 교장단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담당과목 교사들 의견도 듣기 전에 이 문제를 학교운영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렸다. 교장선생님도 교육자일진대 어찌 교사들의 교육적 자존심을 뭉개고, 반교육적 행위를 하는지 통탄한다.

현행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이하 교과서)의 검인정화는 1998년 김영삼 정부에서 제정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었다. 역사학계나 역사교육계는 이를 역사학 연구와 교육 발전에 중요한 전기로 받아들였다. 그 후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 일부 논란도 있었으나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는 정해진 교육과정과 엄격한 검인정 기준에 따르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역사학과 무관한 일부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행 교과서 내용을 문제제기하고 직권수정을 논하면서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검정보고서까지 유출시키고, 한 여당의원은 심지어 북한교과서를 베꼈다는 폭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교과서의 객관성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독립을 부정하는 것이다.

최근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학문적, 역사적 비판이 아니라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기에 심히 위험하다. 전공교사들의 법령에 의거, 합법적 절차를 거쳐 채택한 결과물인 교과서에 대해 철 지난 색깔론을 들먹여가며 딴지걸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광명시 교장선생님들께 묻고 싶다. 교장선생님들께서는 교과서 선정에 관한 법령과 교과서 채택 과정을 모르시는가?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교과서 재선정 공문을 내려보낸 적이 없는데, 왜 광명시 고교 교장선생님들은 앞다투어 충성경쟁을 벌이시는가? 선생님의 권한을 보호하고, 해당 교과의 발전을 도모할 교장선생님들께서 교육 외적인 논리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몰지각한 행위가 아닌가?

지금이라도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재선정을 지시했던 교장선생님들은 사과하고 압력을 철회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해당 교과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존중해 위법하게 학교운영위원회가 개최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교과는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학문적인 논리로, 교육은 교육 내부의 본질적인 논리로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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