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소리 보청기 '정순옥' 원장

“의료기만 판매하는 장사꾼으로 살지 않을래요.” 바로 1년 전 광명에서 보청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잘 들리지 않는 이들에게 소리를 찾아주고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생각에 그는 청각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의료기업계 잔뼈 굵은 경영인 정순옥(38). 그는 과연 1년전 초심을 그대로 지키며 살고 있을까. <편집자註>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해드렸는데 그 분들이 고맙다고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시죠. 고객 한분 한분이 영업을 해주시는데 잘 안될 수 있겠어요? 저는 몇십만원이 없어도 괜찮지만 그 돈으로 어려운 분들이 세상의 소리를 접할 수 있잖아요!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성공이란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거잖아요.”

사업은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돈 벌었다는 말 대신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순옥 원장의 고객감동 프로젝트는 단순히 최첨단 시설에 의한 검사만으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한다.

“보청기의 기술적 한계가 있어도 고객과의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무궁무진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고객과의 대화는 필수이고, 청력을 손실한 분들의 고통을 이해해 더 듣기 편한 소리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먼 길 마다않고 찾아주는 이들 덕에 행복

몸에 난 상처는 다른 사람이 바로 알고 고쳐줄 수 있지만, 청각에 있는 있을 경우 본인이 스스로 안 들린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장애가 있는 것을 자꾸 숨기니 증상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들리지 않는 사람이 남에게 들리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마음을 열 때 비로소 재활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 원장을 만나러 오는 발길은 가까운 서울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지역을 초월해 이어진다. 사람 좋다는 입소문으로, 좋은 보청기를 찾아준다는 믿음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고객들이 있어 그는 행복하다.

정 원장은 의료기 사업을 하는 경영인 중 보기 드문 전문가다. 청능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전반적인 청각 서비스를 제공한다. 순음청력검사기로 청력 손실도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맞는 보청기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사람마다 청력 손실정도가 다르고 듣기 불편한 주파수가 다르므로 컴퓨터와 연결해 듣기 편한 소리를 찾는 피팅기를 통한 맞춤 검사는 필수다. 보청기를 착용한 후 청능재활훈련을 무료로 실시한다.

최첨단 설비로 청력테스트‥맞춤 보청기 제작

국내에 3군데 밖에 없는 5.1 채널 최첨단 맞춤 시뮬레이션을 통해 청각손실을 가진 사람들이 듣는 소리를 보호자들에게 그대로 들려준다. 평상시 음성으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청각 장애인에게는 그저 너무 작게 웅얼거리고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장애 판정이 나올 정도의 청력 손실에도 무조건 소리만 질러대면 들릴 것이라 생각하던 보호자들은 그 동안 들리지 않아 고통을 겪었을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시력에 따라 안경의 도수가 틀리듯이 보청기도 청력 손실정도에 따라 모두 다르다. 자칫 상태와 맞지 않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오히려 청력이 더 손실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 원장은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고는 보청기를 처방해주지 않는다. 부모님 선물로 보청기를 사 드리고 싶어도 부모님과 센터를 방문해 검사받지 않으면 보청기를 구입할 수 없다. 고객의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고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보청기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매년 어버이날 보청기 달아드리기 행사..번 만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파~

                      ▲ 정순옥 원장이 어버이날에       독거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보청기를 제작해 달아드리고 있다.
▲ 정순옥 원장이 어버이날에 독거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보청기를 제작해 달아드리고 있다.
정 원장은 올해부터 어버이날 보청기 달아드리기 행사를 후원한다. 난청으로 고생하는 저소득 독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청기를 지원하는 이 행사는 직접 시설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청력을 테스트하고 맞춤 보청기를 제작해 기증하는 사업이다.

철산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 자유총연맹 광명시지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매년 지역복지봉사회에 휠체어를 기증하고, 광명종합사회복지관,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 보청기 기증사업도 활발하게 펼친다. 캄보디아 적십자사에 휠체어와 보청기를 기증하는 일도 해마다 하면서 사회복지협의회장 표창장과 자유총연맹 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쑥스러운 마음에 먼저 나서서 하지는 못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돈을 벌었으면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요.”

남편은 든든한 사업파트너이자 후원자

10살 위인 남편 이종능씨는 정 원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영등포와 용산에서 대형 의료기 매장을 운영하며 철산2동 방위협의회장과 주민자치위원, 철산복지관 운영위원인 남편은 아내가 기업인으로서, 지역사회 후원자로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순옥 원장은 정이 많다. 길에서 우연히 지팡이 고무가 닳은 어르신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리지 않는데 돈이 없어 보청기를 못 사는 어르신에게는 무료로 보청기를 해드리지 않으면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없다. 이런 그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무슨 사업을 그렇게 하느냐고. 그러나 정순옥은 안다.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소리를 듣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것을. 그래서 정순옥은 이 일을 미치도록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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