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 로타리총재 역임한 '최은숙'

                      @ 사진   윤한영
@ 사진 윤한영
독지가 도움으로 약대 졸업

넉넉치 못한 형편에 독지가의 도움으로 약대를 졸업할 수 있었던 한 여대생은 약사가 됐다.
“나는 그 분이 내 인생의 스승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그 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그는 약국을 운영하며 학비가 없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선뜻 내놓고, 재래시장에서 군밤파는 할아버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소년소녀가장들의 끼니를 챙겼다. 간경화로 생활이 더 어렵게 된 청소부 아저씨를 돕고, 노점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의 무릎 관절약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1973년부터 광명재래시장 입구에서 그가 운영해 온 ‘나나약국’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역사이리라.

76년만에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총재

그는 광명적십자 부녀회장, 장미로타리클럽회장, 광명시 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했다. “나눔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또 다른 나눔을 부른다”고 강조하며 평생을 습관처럼 나눔을 실천했다.

결국 그는 2005년 국제로타리클럽 3690지구 총재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76년만에 최초로 여성 총재가 탄생한 것이다. “로타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여성회원은 아예 받지 않아으니까요. 미국의 한 여성판사가 로타리에 남성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3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1989년 승리했지요. 1990년부터 여성로타리언이 생겼고, 저 역시 원년에 가입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이 컸고, 잘하려고 더 노력했어요.”

실천하는 총재 명예롭게 퇴임

그는 부드러운 여성의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며 ‘실천하는 총재’로서 역할을 훌륭해 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명예롭게 총재직을 퇴임했다. 총재로 재임한 2005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국제로타리클럽 3690지구는 총 기부금에서 세계 16위, 1인당 기부금 세계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기존의 권위를 타파하고 회원들에게 로타리언으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을 갖게 해 자연스럽게 기부하는 문화를 일구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최은숙 전 총재가 RI회장       대리로 국제로타리클럽 3670지구대회에 참석해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 최은숙 전 총재가 RI회장 대리로 국제로타리클럽 3670지구대회에 참석해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그는 총재를 퇴임한 후, 국제로타리클럽 한국연차기부 전략자문관으로 활동하며, 3690지구를 뛰어넘어 한국의 로타리언들에게 기부동기를 부여하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다. 세계 속의 한국인의 위상을 강화하는 여성 리더 ‘최은숙’ 국제로타리 3690지구 전 총재를 만났다.


"나는 몇 평의 아파트에 사느냐가 아니라 남을 위해 얼마나 쓰고 사느냐가 중산층의 판단기준이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부자’와 ‘잘사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최은숙 국제로타리클럽 3690지구 전 총재는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나눔이 나눔을 부르고 한번 기부하면 더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눔이 삶의 일부가 되고 남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그 사회는 발전한다.

최 전 총재는 “사회가 로타리에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봉사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로타리언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라 강조하다.

봉사와 기회를 만들기 위해 교우를 넓힌다는 로타리 강령 첫번째 항목은 로타리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다. 국제로타리는 인도주의적 봉사와 세계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직업 지도자들이 모인 세계적인 조직체다.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봉사활동을 강조하고, 높은 도덕성을 장려하며,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해 모든 사람들의 이해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빌게이츠는 한국로타리에 1억불을 기부했다. 로타리는 기부문화를 통해 세계와 지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로타리의 문맹퇴치사업은 지역사회 어르신들과 이주 여성들의 위해 지원된다. 분쟁지역에 평화장학생 파견사업은 지역사회의 젊고 유망한 인재의 견문을 넓히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해외와 지구가 공동으로 출현한 기금으로 펼치는 매칭 그렌트 (Matching Grant) 사업은 지역복지관에 차량을 지원하고, 복지사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쓰여진다.

“쑥쓰러워서, 혹은 아직 기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로타리언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기부 동기를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지요. 사람들이 나를 보면 기부하고 싶어진대요.”(웃음)

현재 우리나라 로타리언들의 기부율을 30%다. 나머지 70%가 단 한명도 빠지지 않고 기부에 동참하도록 그는 ‘1인당 100달러 기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100불이면 나이지리아 초등학생에게 1년 동안 학용품을 공급할 수 있고, 500불이면 기아에 허덕이는 나이지리아 국민 1인당 10개월분의 식량을 줄 수 있고, 1,000불이면 3,000명에게 깨끗한 물을 먹여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전 세계 200개국 534개 지구로 구성된 국제로타리클럽의 재단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로타리재단의 기부금은 투명하게 쓰여진다.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고, 3년 후에 지구에서 기부한 돈의 50%를 돌려받아 지역복지사업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낸 만큼 돌려받아 사용할 수 있으니 평상시 그가 강조하는 ‘기부한 돈만이 내 돈이 된다’는 말에 일리가 있다.

한국연차기부전략 자문관으로서 그는 로타리의 각종 행사에서 기부문화에 대한 강연을 하고, RI 회장 대리로 지구대회에 참석해 로타리언들을 독려한다. 그는 “한 사람이 큰 돈을 내는 것도 좋지만, 개미군단들의 정성이 모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미군단이 있어야 코끼리 군단도 많아지는 법이다.

나눔과 봉사로 평생을 살아 온 그는 광명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소외된 이웃들 곁에 항상 있었다. 더불어 사는 도시 광명을 일구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광명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광명시 애향장학회 이사 등으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의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목련장, 국무총리 표창, 경기도지사 표창, 광명시장상, 광명시민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약사 최은숙’은 부지런하고 인정 넘치는 우리 이웃이다. 자기 관리 철저한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어김없이 눈을 뜨고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 오전 시간을 약국에서 보낸다.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최은숙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나눔과 사랑을 전파한다. 그는 광명을 뛰어넘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최은숙은 광명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여성지도자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여성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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