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 실린 부산쌀상회 할아버지는 25대째 대대로 광명에 서 살아왔습니다. 27년간 광명5동의 한켠을 지켜 온 할아버지의 쌀 가게는 재개발이 되면 없어집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갑니다. 광명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 온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면 저는 어김없이 “옛날에는 비가 오면 광명에서 장화를 신지 않고서는 다닐 수가 없었다”는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감회에 젖어 하시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정말 광명이 많이 변했어~”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광명이 더 많이 더 빨리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광명은 이렇게 후지고 열악한가를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광명시의 가장 큰 이슈는 개발문제이고 많은 사람들의 열망이 큰 만큼 한번 나가면 반응이 좋은 개발기사를 신문사 입장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뉴타운이니 역세권이니 하는 광명시 개발바람에 광명지역신문은 의심할 여지없이 나름 일조(?)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나름대로 광명시 개발바람에 일조(?)를 하면서 제가 수년간 보도해왔던 광명시 개발관련기사들이 과연 진지한 고민 속에서 나왔는지 자문해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광명에는 부산쌀상회 할아버지처럼 수십년 혹은 수백년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자연부락에는 우리네 평범한 민중들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도시개발의 현실에서 정작 개발로 인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은 외면한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소하동이 개발되면서 자연마을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뉴타운이 되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오랫동안 꾸려 온 삶의 터전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겠지요.

“개발되면 사람도 물갈이가 돼야지. 원주민이 떠나는 건 당연해.” 물론 저는 이런 말들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도시개발은 멈출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자본주의 경쟁하에서 떠나는 것은 어쩌면 정말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적어도’ 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광명의 근현대사를 질박하게 살아오며 광명의 밑그림을 그려온 이들의 삶의 애환과 문화의 ‘소중한’ 일상들. 이제부터라도 광명지역신문이 하나씩 기록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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