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동 폐품줍는 할아버지

소하동의 한 구석, 깡마른 노인 하나가 목장갑을 낀 채, 작은 물건 하나를 가지고 뭔가에 몰두하고 있다. 광명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한번쯤은 그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근처를 오가며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주워모은다.

                      ▲ 폐품을 줍다가 담배를 피우며       잠시 쉬고 있는 소하동 폐품 할아버지
▲ 폐품을 줍다가 담배를 피우며 잠시 쉬고 있는 소하동 폐품 할아버지
그는 21살 철모르던 시절, 고향인 전라도에서 광명시로 올라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가난이 싫어서 몸뚱이 하나로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해왔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좋아졌다. 기초생활연금으로 30만원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그는 30년도 더 된 집에 12만원을 월세로 낸 나머지와 주운 물건들을 판 돈으로 생계를 해결한다.

오늘은 그래도 운이 좋은 날이다. 건물철거현장에서 구리선이 박힌 물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버려지는 것들이 없어 폐품을 찾기도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는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장갑을 벗어 담배 하나를 꺼낸다. 그는 이곳 서면이 예전에는 면사무소가 있던 중심지였다고 말한다. 지금은 광명동과 철산동에 밀려 오래된 동네가 된 소하동. 그러나 최근 소하동에 부는 개발바람이 그에게는 반갑지만은 않다. "나 같은 가난뱅이가 갈 데가 어디 있겠냐"며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고 싶단다. 지금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존의 기로가 되는 날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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