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자리지킨 구멍가게 '부산쌀상회'

광명5동에 27년이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가 있다. 상호를 제외하고는 녹이 슨 철제간판. 노랗게 색이 바랜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인 한 분이 혼자 난롯불을 쬐고 있다.

                      ▲ 27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산쌀상회.
▲ 27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산쌀상회.
내부에는 소금이 담긴 바가지와 난로에 쓸 연탄, 부지깽이가 널부러져 있어 가게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25대째 광명에 살고 있는 원주민인 할아버지는 하안동에서 태어나 잠시 서울살이를 한 뒤, 이곳 광명5동으로 와서 현재의 가게를 차렸다. 그는 이 가게를 통해 그래도 먹고는 살았다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7~8년전쯤부터 가게의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가끔 담배를 찾는 이들이 오고 있다고 말한다.

진열대는 모두 녹슬고, 진열한 물품들은 오래 되었는지 더께가 앉았다. 청소도 하고 가게도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이제 그럴만한 기력도 없다면서 이 정도면 됐다고 말한다.

가게 안은 연탄불의 온기와 금간 유리틈 사이로 스며오는 한기로 인해 야릇한 향수가 감돈다. 그는 잘난 것도 없다면서 한사코 사진촬영을 거부한다. 74년째 광명을 지켜온 그에게 부산쌀상회는 앞으로 5동이 재개발되면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그는 아쉬울 것이 뭐 있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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