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견] 광명 솔리스트 앙상블, 실력은 엉망..진행은 졸속

광명청소년교향악단과 오페라단의 정기연주회 ‘광명 솔리스트앙상블과 함께하는 송년의 밤’이 12월 28일에 열렸다. 이 행사는 제목 그대로 음악회라기보다는 음악회 관련 특정인과 지역인사들의 친목모임의 성격이 강하고 연주회는 그저 여흥을 돋구기 위한 행사인 것처럼 인상을 주기에 미흡한 요소가 많았다.

첫째, 음악적인 소홀함이 곳곳이 노출됐다. <우정의 노래>에서 연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음대 남성교수들이 하는 솔리스트 앙상블의 컨셉으로 꾸며졌는데 솔리스트의 역량이 대체적으로 수준 이하였다.

오케스트라 뒤의 솔로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반주의 소리를 뚫고 나가지 못하는 약한 성량이 문제다. 또 테너 멜로디를 받쳐주는 베이스 허밍 코러스가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늦게 나오는 호흡이 맞지 않는 불안한 모습이 엿보였다. 특별출연 테너 박성원은 노쇠하고 여린 소리로 ‘무정한 마음’을 불러 관객들에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게 했으나 노련한 고음을 내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중 목관악기의 틀린 운지로 불협화음이 들리는 아마추어 모습도 곳곳히 드러냈다.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은 시작부 3박자를 정확한 예비 비트를 지휘하지 못해 어긋난 감이 생겨 테너 아리아의 멋지고 화려함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노래>는 3박자 계통의 알레그레또 왈츠풍의 곡이다. 이 곡을 1박으로 지휘하는데 날렵한 바톤테크닉으로 관현악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우측에 서 있는 남성들은 여성부의 합창을 불렀으나 고음이 계속 불안해 괴음으로 까지 들렸다. 결국 이를 보지 못해 안타까워 하던 광명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 송영주씨의 부인이며 성악가 출신 박은정 시의원은 사회자석에서 무대로 올라가 비올레타 역을 즉흥적으로 노래해 예상에 없던 '깜짝쇼'까지 연출됐다.

이날 연주된 프로그램 중 50%정도는 매년 반복되는 이른바 ‘뻔한 곡’들이라서 연말 바쁜 시간을 내어 기대감을 갖고 찾아온 시민들은 식상한 레퍼토리에 실망을 느꼈다. 한국의 많은 연주장에서 중, 고교 음악 교과서에서 나오는 누구나 알만한 성악곡들이었다. 이런 곡을 자꾸 우려먹는 음악계의 구세대적 발상은 마땅히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성악연주와 오케스트라 협연곡에서 참신하고 신선한 기획력과 레퍼토리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며 그래야만 정통음악이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둘째 음악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느낌을 주었다. 전형적인 연주장에서는 아무리 수상, 대통령, 국왕이 방문했더라도 그저 객석을 지키거나 사회자가 앉은 자리에서 인사만 하도록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연주는 10여명의 광명 기관장들을 모두 인사를 시키고 관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인사말을 청해 답례로 아부에 가까운 칭찬을 하는 등 '너무 정치적으로 끌고 가려는 듯한 음악회’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무리 국회의원과 시의원은 주종관계라 하지만 시민의 생리적 기본권조차 무시하는 처사를 자행하면서 진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연주회는 정말 시민을 위한 음악회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음악회인가 묻고 싶다. 더욱이 8곡이 끝나가는 시간은 연주 시작 후 1시간이 지나가는데도 휴식시간도 없애고 오히려 광명시장 부인에게 인사말을 하게 해 청중들을 지치게 했다. 결국 중간휴식이 없는 16곡의 롱 타임 연주와 사회자의 해설까지 겸해 참기 어려운 ‘송년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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