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위해 전자수첩 기증한 김창수 사장

“대통령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렵네~”

좀 황당하긴 하지만 그와의 첫 대면에서 내가 가장 먼저 던진 인사말이었다. 수차례 요청을 했지만 번번히 ‘바쁘다’는 핑계로 인터뷰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던 그였다.

                      ▲ 후배들에게 6백만원 어치       전자수첩 기증한 광명중 1회 김창수 사장.
▲ 후배들에게 6백만원 어치 전자수첩 기증한 광명중 1회 김창수 사장.
결국 그를 만난 건 지난 5월 20일 열린 광명중학교 총동창회 창립비위원회 구름산 등반대회에서였다. 이렇게 대통령보다 만나기 힘든 주인공은 바로 광명중학교 1회 졸업생 ‘김창수’ 사장(49)이다. 또 다시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떼를 쓴다.

‘운동이라면 죽는 것만큼 싫어하는 내가 누구 때문에 황금같은 일요일 새벽부터 구름산에 올라가겠다고 설쳐댔는데..’갑자기 든 본전생각에 아예 그 옆에 딱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말을 붙여본다.

“근데 원래 그렇게 무뚝뚝하세요?”
“고향이 경상도라서..”
“무슨 일 하시는데요?”
“건설..”

어느 새 그는 내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며 구름산에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데이트는 시작된다.

신 기부문화 총동창회 선두에 그가 있다!

내가 김창수 사장을 굳이 만나려고 한 건 그가 광명중학교 후배들을 위해 600만원 어치의 전자수첩을 흔쾌히 기증했다는 소문을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 전자수첩은 광명중학교 총동창회 창립식에서 21명의 광명중 재학생들이 받게 된다.

“무슨 생각에서 500만원을 기증하셨어요?”
그가 답한다. “동창회 만들려고 자기 일 제쳐두고 뛰어 다니는 애들에 비하면 내가 낸 건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그런 거 돈 주면서 하라고 해도 못할거야~ 준비하는 애들 너무 고생이 많아. 마누라하고 애들은 매주 자원봉사를 하러 가는데 나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그동안 돈 버는 데만 바빠서 착한 일 한번 못했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살아야지”

그는 이렇게 기부문화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광명중학교 총동창회의 맨 앞줄에 묵묵히 서 있다.

IMF 한파 이겨낸 ‘신뢰’의 힘

김창수 사장은 구로구 고척동에서 교육기관에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주)KTS CNC를 4년간 경영하고 있으며 이제 회사는 안정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김 사장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그는 누구보다 큰 인생의 위기를 겪었다. 10여년 일구어 놓은 회사는 IMF 당시 하루아침에 부도가 났고 그는 방황했다.

다시 지금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업을 하면서 쌓아 온 신뢰 덕분이었다. 성실하고 믿음직한 CEO였던 ‘김창수’의 재기를 위해 주변 사람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창수야! 너 뭔 땀을 그렇게 흘려대냐?”

“힘들지 않으세요?”
한 번도 쉬지 않고 구름산 중턱까지 온 나는 이렇게 물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아직은 멀쩡해.”라는 말에 그를 바라본다. 이미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인 데 폼 잡기는~
“그래도 조금만 쉬었다 가요!”
나는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그에 대한 배려와 자비심(?)으로 잠시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나도 좀 힘들기는 했으니까.

“야! 창수야~ 너 무슨 땀을 그렇게 흘리냐? 늙었구나!”
“벌써 술 한잔 한 거냐? 아주 자~알 논다.”

창수 曰, “나 참! 니들이 뭐 보태준 거 있냐?”


쉬는 동안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구름산 올라가는 내내 다람쥐처럼 주섬주섬 밤을 까먹고 맥주 한 캔을 비운 그를 두고 친구들이 놀려댄다.

무뚝뚝한 그도 친구들 앞에서는 어린 애처럼 볼멘소리를 해댄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린 시절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건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살기 바빠 친구들 소식 모르고 지내다가 이제 모두 가정 꾸리고 제 몫을 하는 동창들을 만나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은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다.

고사리 손으로 일군 ‘광명중학교’

광명중학교 1회는 3반밖에 없었다. 몇 안되는 아이들이 학교 모양새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개교 당시 돌을 날라 학교 진입로를 닦고 운동장을 만들었다. 광명중학교는 고사리 손의 정성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학창시절 고생 많이 했다는 김창수 사장은 건장한 젊은 후배들을 보며 농을 던진다. “1회들은 고생을 많이 해서 다들 이렇게 삭았어. 후배들은 다들 이렇게 몸이 좋잖아!”

동창회 개봉박두~ 살맛나는 창수

인터뷰 경계심이 풀린 틈을 타 구름산 정상에서 독사진까지 한 컷 찍는다. 내려오는 길, 멋진 남자와의 데이트로 마음도 몸도 한결 가뿐하다. 올라갈 땐 죽을 맛이었는데 내려오는 길을 살맛 난다.

김창수 사장도 요즘 살맛이 난다. 사업도 사업이거니와 어릴 적 친구들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에게 광명중학교 총동창회는 어머니 품 같다.

선후배가 한데 어우러져 인생살이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 꿈을 심어주는 곳, 쉼터가 필요할 때 가족들 손 잡고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곳. 그가 바라던 광명중학교 총동창회, 드디어, 드디어 개봉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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