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북중 공동구매추진위 시작으로 교복값 거품 빼기

“아무 생각없이 몇 십만원짜리 교복을 샀는데 이번 기회에 많은 걸 배웠죠.”
중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임선희 하안북중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교복공동구매추진위는 비싼 교복값 거품을 빼려는 소비자 권리찾기의 첫 단추다. 특히 하안북중 교복공동구매 추진위 활동은 인근 학교 교복값에도 영향을 미치며 작년에 비해 50%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을 구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복공동구매추진위 vs 대형교복업체

하안북중 추진위는 지난 3월 9일 구성됐으며 5월 7일 교복가격을 4만9천원으로 최종공지했다. 임 위원장은 “하안북중에서 교복가격을 공개하면 다른 학교 교복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공지했다”며 “대형3사가 중소업체의 교복가격과 경쟁하기 위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하복 한 벌 가격은 10만 5천원이었으며 대개 10% 할인된 9만원대에 살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할 때 교복값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공동구매추진위 활동이 대형교복업체들이 교복값 거품을 빼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스마트, 아이비, 엘리트로 대변되는 대형 교복업체 3사의 가격담합과 압력은 여전했다는 것이 추진위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대형 3사에서 하안북중에 최초 제시했던 가격은 7만4천원~7만9천원. 반면 최근 교복 공동구매 시장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A 중소업체는 6만4천원이었고 이후 5만9천원으로 더 내렸으며 최근 4만9천원대로 조정했다. 그리고 하안북중 추진위가 중소업체인 G업체에서 3만5천원짜리 체육복을 2만원에 공동구매하겠다고 결정하자 대형3사는 공동구매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대형교복업체들이 체육복은 공동구매를 못하게 하고 따로 판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교복 한 벌만 공동구매를 하게 할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대형교복업체들은 이후 가격을 담합해 하안북중 교복가격을 6만8천원선으로 내리며 중소업체와의 가격 차이를 좁히며 학부모를 공략했다.

하안북중을 비롯해 광명고, 광명중, 철산중학교 등도 추진위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현재 광명고, 광명중은 개별적으로 구입토록 결정했으며 철산중학교는 아직 공동구매 여부를 협의 중이다.

있을 수 없는 가격이라더니 vs 대형업체, 공동구매 때문에 적자?

                      ▲ 소하동의 스마트, 아이비 매장에서는 안서중학교 교복에 한해 3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이 매장의 다른 학교 교복은 한벌에 6~8만원대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어 타 학교       학부모들이 항의하고 있다.
▲ 소하동의 스마트, 아이비 매장에서는 안서중학교 교복에 한해 3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이 매장의 다른 학교 교복은 한벌에 6~8만원대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어 타 학교 학부모들이 항의하고 있다.
한편 소하동에 있는 안서중학교 교복의 경우 스마트와 아이비에서는 한 벌에 3만9천원에 판매하는 파격세일을 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안서중학교는 학생들의 80% 이상이 A 중소업체의 동절기 교복을 입고 있고 대형 교복업체에서 중소업체 흔들기 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며 “6만8천원의 가격을 제시했을 때도 있을 수 없는 가격이라고 호들갑을 떨던 대형 교복업체에서 어떻게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으면서 교복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이 업체 대표는 “안서중 교복은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실상 원가이하로 판매하고 있으며 소하동 매장에서만 취급하고 있다”며 “다른 학교 학부모들이 교복가격 차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타 학교 교복은 다른 지역의 매장에서도 판매하기 때문에 더 인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유명 메이커와 비 메이커의 가격 차이가 얼마 되지 않고 같이 교복설명회도 함에도 불구하고 대형업체를 죽이면서 중소업체를 밀어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대형업체들은 공동구매로 인한 출혈 가격경쟁 때문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회사 껀데 교복 가격이 왜 달라?

이런 학교간 교복값의 차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있다. 광명북중 1학년 아이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안서중학교는 스마트, 아이비 교복 한 벌 값이 3만9천원인데 광명북중은 같은 회사 제품인데도 8만4천원이나 줘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불합리하고 들쭉날쭉한 가격은 학부모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한 학부모는 “교복 두벌은 구입하는데 한 벌은 할인된 6만원대에 한 벌은 9만원대에 사야 했다”며 “같은 교복을 사는데 3만원이나 차이가 나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블라우스를 추가로 구입할 경우 4,5000원, 바지 55,000원 등 교복 한 벌을 살 때보다 훨씬 더 높은 값을 지불해야 하며 교복 한 벌 값이 인하되면 추가로 들어가는 단품 가격은 올라가는 등 원칙없는 교복값으로 학부모들은 골치를 앓고 있다.

대형업체 횡포로부터 소비자 권리 되찾아야

임 위원장은 “대형교복업체의 횡포로부터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찾아가야 한다”며 “다른 지역의 경우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교복공동구매추진위를 구성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형업체가 30만원 이상인 동절기 교복의 경우 15만원선인 중소업체와 2배 이상의 가격차이가 나므로 공동구매를 추진해 대형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가격거품을 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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