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처럼 질긴 인생여정

어린 시절 낙서와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해방 이후 한국은 먹고 살기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갈 때였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윈 그는 11살 때 이모를 따라 미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멸시와 따돌림 속에서 어린 시절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수차례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가 유학 온 셈치고 양놈들 모리 위로 올라서자는 작정으로 공부에만 열중했단다. 작년 11월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 첫 시집 ‘씨바조또’를 출간해 문단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안인실 시인이 광명지역신문 독자이다.

입이 있어도 말 못하고 노력해도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삶이 고단해 세상, 정말 ‘씨바조또’다. 그래서 그는 제목을 ‘씨바조또’라고 붙였다. Su Jyahn Ahn(본명 안인실) 시인이 제 성깔대로 세태를 꼬집는 시집 ‘씨바조또’는 시 부문 베스트로 선정돼 출간 3주만에 완전 매진되었으며 현재 3쇄를 준비하고 있다.

미술학도로 각종 세계미술대전에서 그랑프리를 석권한 탄탄한 미술실력과 맛깔스럽고 더러는 괴팍한 그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오장육부를 시원하게 쓸어내리게 해준다.

그는 국제라이온스클럽의 이사로 30년 넘게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오고 있다. 효부상을 받은 착한 며느리이기도 한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20년째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다.

“시어머니를 모신다기보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바쁜 며느리를 데리고 사는 거지요.” 편찮으신 시어머니 걱정에 눈시울을 적시는 여린 안인실은 인고의 고통을 통해 자신만의 시적 언어들을 거침없이 토해낸다. 예리한 칼로 난도질 하듯 시어(詩語)를 구사해낸다. 일상적인 언어와 조화시켜 평이함을 시도하면서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웃기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매력이 있다.

두번째 시집을 발간하기 위해 그는 가슴과 작은 손을 잠시도 쉬지 않는다. 후련하고 쌈박한 안인실의 두번째 시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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