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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능(영회원)
  • 조준래 기자
  • 승인 200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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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 광명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면 주변 상점들 가운데 ‘애기능’이라는 상호가 눈에 띈다. 영회원은 이 동네에서 애기능이라고 불린다.

숲이 우거진 드넓은 저수지에 강태공들은 낚시대를 드리운채 시간을 낚고 있고, 그 옆 조그만 샛길앞에 <영회원 가는 길>이라고 쓴 붉은 간판이 서있다.
이왕이면 누가 묻혀 있는지 간단히라도 적어 놓았으면 좋으련만...
영회원을 향해 1km정도를 걷는내내 애기능이라는 이름에 ‘애기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만 커져갔다.

소현세자빈은 외부인의 방문을 싫어했던 것일까?
붉은빛을 띈 자그마한 뱀이 영회원을 찾아가는 나를 깜짝놀라게 했다.
놀란가슴을 쓸어안은채 길을 재촉한지 10분만에 영회원에 다다를수 있었다.

소현세자빈의 무덤은 우거진 숲사이에 쇠철망으로 둘러친 삭막한 모습으로 거기에 있었다.
얕은 언덕위에 작은 봉분이 조성되어 있지만 일반인들의 묘에서 보기 힘든 석물들로 인해 애기능이라 불리워진 듯하다.

무덤을 등지고 주변을 바라보니 가까이 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만이 적막을 깨뜨린다. 소현세자빈이 다녀갔을 혼유석위로 6월의 햇살만 따갑게 내린다.

왕과 왕비의 무덤을 능이라 부르는데 비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왕족들의 무덤을 통칭하여 園이라 부른다. 영회원은 소현세자빈 강씨의 무덤으로 광명시 노온사동에 있다.

병자호란을 맞아 남한산성에서 치욕적인 항복을 한 조선은 소현세자 내외와 차남 봉림대군 내외를 인질로 요구하는 청나라의 요구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원치 않는 일이었지만 소현세자는 청에 들어간 이후 아버지 인조를 대신하여 청과의 복잡한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세자빈 역시 궁궐에서만 살던 지금까지의 생활과 달리 생전 처음 말을 타고 심양에 들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시작으로 청나라에서의 볼모생활을 시작했다.

세자빈은 특히 그곳에 와 있는 조선인 포로들의 어려운 경제를 목격하면서 경제적인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수완을 발휘하게 된다. 대규모 농사와 무역을 통해 말하자면 국제무역을 함으로써 남편 소현세자가 서양의 최신 과학기술을 접하고, 천주교를 만나는 것과 같은 맥락의 활동을 한 것이다. 이제 그들 부부가 돌아와 왕에 올랐다면 조선은 얼마나 변화했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인조는 이들부부의 활동을 의심하여 청나라가 자신을 폐하고 소현세자를 왕위에 오르게 할 것으로 믿었다. 소현세자가 9년에 걸친 인질생활을 마치고 귀국한지 두 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차남인 봉림대군을 후계자로 지정해 버리고, 세자빈이 시아버지 인조를 독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내쫓은 후 사약을 내렸다.

어려운 상황을 오히려 역전의 기회로 삼으려 했던 여인, 그러나 정치상황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광명지역신문, JOYGM

조준래 기자  evans@joyg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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