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주)거화전자 대표이사
박영기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주)거화전자 대표이사

광명지역신문=박영기 본지 편집위원 / (주)거화전자 대표이사> 어느덧 국회의원 선거일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운 날씨에도 아침저녁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제이름 알리느라 온갖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고생하는 예비후보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가졌던 애잔함과 격려보다 시간이 갈수록 무덤덤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대선, 총선, 지방선거... 선거철만 되면 흔히들 얘기한다. 나라와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출마하는 모든 이들 역시 자신이 일꾼임을 자처하며 읍소한다. 나 역시 나의 의무라 여기고 매번 투표를 했고, 결과에 상관없이 후보들은 나의 일꾼이 될 것이라 믿었었다. 그런데 당선인은 어느새 내 상전이 되어 있었고, 낙선인은 자취를 감추었다가 선거철만 되면 또다시 나타나곤 했다. 

며칠 전 어느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행사 소요 시간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외빈소개만 40분이 할애됐다. 정작 참석한 주인공들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의전서열을 따지며, 각자 한마디씩하고는 행사장을 빠져 나간다. 일꾼이 되겠다는 이들은 결국 모두 내 상전들이었으며, 나는 그 많은 상전들의 이름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정치인은 참된 일꾼이고, 그런 분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존경받으며 영원히 이름이 남을 것이다. 

십 수년 전, 국새 제작의 명인으로 알려진 이에게 정부에서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제작과정에서 횡령 혐의가 불거졌고, 더욱 가관인 것은 국새에 인영될 ‘대한민국’의 “ㄷ"획 사이에 본인의 이름을 아주 조그맣게 새겨 넣었다고 한다. 결국 국가의 모든 중대사에 그 자(者)의 이름이 영원히 남게 된 것이다.

선거판에서 상대진영에 대한 모욕, 증오, 저주를 넘어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까지 난무하더니 급기야는 내 편에게까지 칼날을 들이댄다. 이꼴저꼴 보기 싫어 TV를 잘 보지 않았더니 어느 새부터인가 SNS가 난리났다. 참으로 가관이다. 과연 그동안 알고 있던 내 편이 맞나 싶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지키는 품격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 

나는 오는 4월 10일 또 투표장으로 나설 것이다. 또 한 번 더 속더라도 앞으로 4년간 내 세금 받아 갈 내 일꾼을 선택하기 위해서... 제발 하루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 나누고 있는 내 옆에 와서 얄팍한 입놀림, 소위 말하는 ‘여의도식 사투리’로 경쟁자를 험담하는 일은 삼가길 바란다. 나 역시 내게 주어진 조그마한 권리는 누리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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