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원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나대원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광명지역신문=나대원 본지 편집위원 / (주)청목조경 대표이사> 외국에서 유학하는 딸 덕분에 기러기 아빠인 나는 요즘 딸과 아내가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그러면서 문득 내가 과연 딸과 아내에게 좋은 아빠이자 남편인지 생각해본다.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그런 자리가 즐겁고 설레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가족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가까운 부모와 자식간에도 좁혀지지 않는 불편함이 존재할 수 있다. 사실 부모와 자식은 엄청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럼 무엇이 자녀가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등돌리게 만드는 최악의 행동일까?

첫째, 자녀와 통화할 때 당신의 첫 마디는 무엇인가? 간혹 자녀에게 전화가 오면 대뜸 '왠일이냐? 왜?' 라고 묻는 부모가 있다. 사실 부모 입장에선 반가운 마음에 한 말일 수 있지만 매번 이런 첫 인사는 자녀로 하여금 '무슨 일이 있어야만 전화해야 하나'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해 전화를 다시 걸고 싶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습관처럼 '우울하다', '아프다' 등 앓는 소리를 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리고 자식을 걱정시켰다고 바로 후회하곤 한다. 매번 부모의 힘든 목소리를 듣는 자녀의 마음은 무겁다. 부모의 감정도 중요하고, 몸은 예전같진 않겠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도록 노력하는 습관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가족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함을 명심해야 한다. 

두번째는 다 큰 자식에게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선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선의의 행동이라 하겠지만 이것이 가족간 갈등을 초래하고 등돌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잔소리는 그것을 하는 사람에겐 항상 정당한 것 같지만 듣는 사람에겐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으니까 나를 따라야 한다는 강요는 소위 '꼰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히 성인이 된 자녀의 인생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지배하려는 것은 자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한 결정에 책임지도록 하고,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조언을 해주는 '진짜 어른'이어야 한다. 부모의 삶과 자식의 삶은 엄연히 다르다. 

"왜 군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습니까?"

맹자의 제자가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이에 대해 "부모는 올바른 것을 가르치려 하지만 자녀가 따르지 않을 때 화를 내고 이게 반복된다면 결국 자식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부모는 그런 자식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상하게 된다"고 답했다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서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더 깊어져야 하고 나무라고 비난하는 마음은 줄여야 한다. 부모와 자식간의 상처는 오래가기 때문이다. 맹자는 부모와 자식은 서로 칭찬할 것은 있어도 꾸짓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부모의 말로 자녀가 상처받고 사이가 멀어진다면 그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가르침인 것이다. 

가정은 우리가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회적 환경이고,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가족에게서 첫번째로 인간관계를 배우고, 가정에서 세상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칠 때 가족의 말 한마디가 지친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이번 설에는 잔소리와 비난이 아니라 그냥 '정말 수고했어',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잘했어"라는 말을 건네보면 어떨까. 누가 뭐래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내 편은 가족이니까 말이다. 나도 딸에게 '꼰대 아빠'가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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