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길, 그러나 길을 만들고 길에서 만나다
문화와 자원의 연결과 소통 부족...중간조직의 역할 중요
문화는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

윤철 / 광명지역신문 기획위원ㆍ광명문화교육연구소장
윤철 / 광명지역신문 기획위원ㆍ광명문화교육연구소장

광명지역신문=윤철 / 본지 기획위원ㆍ문화교육연구소장> 문화도시는 '연결'이다. 

도시의 자원인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공간, 문화예술인들을 엮어내는 사람(linker=문화기획자, 문화조직)들이 시민과 함께 판을 짜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문화도시로 가는 연결의 시작이다. 

우리가 연결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일의 핵심 내용은 도시 곳곳에 남아 있거나 숨겨져 있는 문화의 결점과 결핍을 찾아내고 다시 문화로 채워 가기 위한 과정을 만들기 위함이다. 물론 모든 것을 한번에 연결할 수는 없다. 만난다고 연결이 되고, 모두 다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연결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생각과 생활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힘은 문화다. 

문화도시를 만들고자 한다면 보다 폭넓은 연결과 논의 구조가 중요하다. 무조건 연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을 해왔던 거버넌스인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회복지협의회, 여성단체협의회 등 기존의 협치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문화도시라는 정책의제를 지역 내 거버넌스들이 충분히 숙의하고 의견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문화원, 예총 같은 중간조직에서 각 분야별로 분담하여 문화도시라는 정책의제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숙의과정과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면 한다. 

둘째는 시민문화기획자들을 양성하고 새롭게 연결하는 과정을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 간에 다리를 놓고 연결을 통해서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극복한다면 더욱 다양한 문화도시 프로젝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도시는 정답이 없는 길이다. 문화도시는 이미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연결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문화조직들은 연결과 다리(bridge)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답은 없지만 서로 길을 만들고, 길을 걸으며, 길에서 만나는 것이 '문화도시 광명'이기 때문이다.

광명은 살기 좋은 곳이다. 도시는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지만 어느 곳이든 걸어서 10분이면 산과 마주할 수 있으며, 10분이면 권역별 도서관과 청소년시설, 거점 돌봄센터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문화원과 문학관, 문화의집 등의 문화시설이 있고, 평생학습원과 주민자치센터의 평생교육 공간이 존재한다. 권역별 복지관과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마을과 호흡한다. 관광지로 광명동굴을 개발했으며, 먹거리 공간도 그리 부족하지 않다. 역사공간으로 소현세자빈 강씨의 애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리이원익선생의 충현박물관과 정원용, 이순신 등의 사적들도 있다. 

특히 광명에는 광명농악 보유자(무형문화재)가 있으며, 많은 국악인들과 소리빛예술단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수준 높은 공연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와 28년 전통의 청소년오케스트라, 광명오페라단, 시민 주도의 극단들과 기형도문학관을 만들어 내는데 힘을 쏟는 문학인들과 시인들이 있으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는 미술인들과 시민영화제를 만들어 낸 영화인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광명의 다양한 공간에서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왔고,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간과 사람, 문화와 자원 간에 연결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다시 문화도시의 길에서 만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문화도시를 추진하면서 광명시에서도 추진협의체 등을 구성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서로 연결과 만남이 부족하다. 앞으로 중간조직들은 광명의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자원의 연결을 중요한 활동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결된다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상 그 이상의 프로젝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은 문화로부터 나오는 법이다. 문화도시 추진은 느리고 더디더라도 서로 연결하는 일을 제대로 실행할 때 빛이 나며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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