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자립지원정책 수립을 경기도에 촉구합니다!

박미정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ㆍ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장 (지난 3월 8일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경기도청 점거농성 현장)
박미정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ㆍ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장 (지난 3월 8일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경기도청 점거농성 현장)

광명지역신문=박미정 / 본지 편집위원ㆍ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장>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바로 시간일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행복한 죽음을 준비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죽음이라는 마지막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넘게 부모연대 활동을 함께 한 가까운 지인이 작년 8월에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5년 전 유방암 수술 후 치료를 받아오던 중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그분은 2명의 발달장애인 자녀가 있습니다. 남편이 2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자녀를 키우다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겁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소리를 내던 우리는 또 한 번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바로 2명의 발달장애 자녀의 미래 때문입니다. 장애자녀에게 부모의 사망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지역사회와의 이별을 의미합니다. 

지난 3월 8일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경기도청 점거농성 현장
지난 3월 8일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경기도청 점거농성 현장

광명에서도 10년 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우던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쓰러졌습니다. 당시 발달장애인 자녀가 함께 있었지만 상황 판단이 어려워 신고하지 못했고, 비장애 자녀가 귀가 후 119에 신고했을 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후였습니다. 그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우리의 슬픔과 조용한 물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장애 자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엄마와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던 장애자녀는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의사가 아닌 주변인들에 의해 거취가 정해졌습니다. 바로 ‘시설’입니다. 우리는 서로 정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남겨진 장애 자녀의 미래를 짐작하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우리 아이의 미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지인의 사례 역시 ‘시설이 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위해 마땅히 누리며 살 권리가 있습니다. 지난 3월 8일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경기도청을 점거하고 농성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 지원을 위한 '경기도형 자립지원 주택 정책수립'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8시간의 긴 논의 끝에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면담 일정을 약속받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보다 그 이후 남겨질 자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우리는 장애부모들입니다.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잔인하고 처절한 말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없더라도 발달장애 자녀들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우리는 주거지원, 소득보장 등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정책의 조속한 수립을 경기도에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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