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정 이사장 “광명시민 모두 조합원이 될 때까지 달리겠다”
관 주도의 탄소중립은 지속성 없어...시민의식 변화가 우선
하안4동 마을의제를 마을사업으로...페트병 뚜껑 업사이클링 추진

경기 광명의 하안4동 마을활동가들이 ‘하담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하담') 창립총회를 2월 28일 개최하고 최미정 하안4동 주민자치회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하담'은 하안동을 담은 조합이란 의미다. 자원순환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마을일자리를 창출해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자는데 뜻을 같이하는 주부 13명이 의기투합해 300~500만원씩 출자했다. 주부들 입장에선 적지만은 않은 돈이지만 선뜻 출자한 것은 수년간 마을 활동을 하며 쌓은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냥 먹고 노는 것보다 좀 더 가치있는 일에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담은 행정절차를 거쳐 5월 정식 출범하게 된다. 이들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용감한 도전에 나선 그녀들의 인생 터닝 포인트, 최미정 하담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註> 

하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지난 2월 28일 하안4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렸다.
하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지난 2월 28일 하안4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렸다.

광명지역신문=장성윤 기자> “탄소중립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마을 벤치마킹을 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온 적이 있어요. 상만 받고 일회성으로 끝났더라고요. 관에서 주민을 동원해 사업을 추진했는데 상을 받았으니 더 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걸 보면서 관이 주도해선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탄소중립은 지속적으로 할 일이지 정치인이 바뀐다고 달라지면 안되니까요. 시민의식이 변화하고, 탄소중립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문화를 확산하는데 하담이 기여하고 싶어요.”

최미정 하담 사회적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최미정 하담 사회적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최미정 하담 이사장은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탄소중립, 자원순환의 중요성은 알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막막하고 귀찮은 문제를 어떻게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해법으로 하안4동 마을활동가들이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사회적협동조합인 ‘하담’이다.

하담은 마을의제를 마을사업으로 연계하는 매개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개인 배당이 금지되는 비영리법인으로 하담의 수익은 마을기금으로 조성돼 지역주민들의 복리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환원된다. 

하담은 하안4동 주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마을의제로 선정된 ‘페트병 뚜껑 수거사업’을 근간으로 본격적인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키로 했다. 

‘내가 모은 페트병 뚜껑이 지구를 살린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하안4동 주민자치회의 ‘페트병 뚜껑 수거사업’은 PP, PE 재질의 페트병 뚜껑을 깨끗이 씻어서 11월 30일까지 매주 화요일(오전 10시~오후 5시) 하안4동 주민센터 2층 주민자치회로 가져다주면 50g당(생수병 뚜껑 기준 35개) 10리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1장씩 보상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구를 살리는 의미있는 일에 쉽게 동참하고, 인센티브까지 얻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입소문을 타면서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이렇게 모은 페트병 뚜껑은 하담을 통해 의자, 열쇠고리, 치약짜개, 감사패, 현판 등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담은 ▲폐트병 뚜껑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으로 ▲제로웨이트샵 운영 ▲리필스테이션 운영 ▲공유부엌 할용사업 ▲탄소중립 캠페인 ▲환경 마을강사 양성 ▲다함께 돌봄센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안4동 주민자치회가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일환으로 추진하는 '페트병 뚜껑 수거사업'. 봉사자들이 주민들이 수거해 온 페트병 뚜껑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하안4동 주민자치회가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일환으로 추진하는 '페트병 뚜껑 수거사업'. 봉사자들이 주민들이 수거해 온 페트병 뚜껑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폐자재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새 재료로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제작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서울, 수원, 일산 등에 소재한 업사이클링 기업과 조합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공부했지만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사회적 책임까지 부여된만큼 어깨도 무겁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다들 오랫동안 마을에서 활동하며 가치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왔거든요. 수익이 많으면 더 좋겠지만 (웃음) 돈만 생각했다면 시작도 안했겠죠.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두렵지 않아요. ”

하담은 하안4동 주민들이 마을의제를 발굴하고, 마을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며 쌓아 온 주민자치의 결실이기도 하다. 하안4동 주민자치회는 연대와 협력을 기치로 내걸고,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며 광명시 18개 동 중 주민자치가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손꼽힌다. 

“아파트로만 구성된 하안4동을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절된 이웃 관계망 복원이 중요했어요. 동의 관변단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새로운 주민들이 함께하는 동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담길 축제, 일회용품 안쓰기 캠페인, 힐링거리 조성, 가로수 뜨개 활동, 김장초보축제 등을 개최하고, 하담길 대형차량 주차문제와 통학로 안전문제 해결에 주민들이 직접 나서면서 마을이 활성화됐고, 사회적협동조합까지 만드는 동력이 됐죠.”

하담의 꿈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잘 자리매김해 광명시민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자원순환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마을주민들에게 혜택이 온전히 돌아가고,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행복한 마을. ‘탄소중립’과 ‘주민자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하담’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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