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특수성 고려한 성교육-일자리 절실

기고자 신기헌(37)씨는 발달장애인으로 2020년 1월부터 3년째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신기헌(37)씨는 발달장애인으로 2020년 1월부터 3년째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광명지역신문=신기헌ㆍ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저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저는 불안이 일상입니다. 휴일에 방에서 가만히 지내며 놀면서도 ‘취업에 실패해서 백수가 되면 어쩌지?’, ‘요금이 오르면 어쩌지?’, ‘독재정권이 들어서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비장애인도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그보다 수백 수천배는 될 것입니다. 자폐증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장애인들은 평소에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게 평범한 일상이지만 저는 버겁습니다. 상대방이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고집부릴 때 저는 흥분하고 제 주장을 관철시켜야만 화가 풀리기 때문입니다.

어떤 발달장애인이 초등학생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돼서 장애인단체들이 선처해 줄 것을 청원했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은 말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표현하고 싶은데 말이 안되니 대화를 신체접촉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흥분이 가라앉고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행위가 성희롱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저도 혹시나 함부로 이런 짓을 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릴까봐 항상 조심합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그런데 판사님이 발달장애인의 특수성도 조금만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은 자신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벽에 좌절하고,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질서를 이해하고 적응히도록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일자리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양보호사 보조로 일하고 있지만 불경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장애인들에게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사치입니다. 장애인들도 소외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평범한 사회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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