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시장에 거는 기대와 책임 막중...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방안 필요
성과는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거대담론만 논하는 건 초선 때로 족해

광명지역신문> 힘겨운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는 여전하고 올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 고금리에 투자와 소비는 위축됐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지금 해야 할 일들을 미룰 수는 없다.

광명의 상황도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올해는 광명이 자족도시로 도약하느냐, 베드타운으로 정체되느냐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해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가 작년 11월말 지정 고시되면서 본격적 추진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땅이 부족한 광명시로서는 개발이 가능한 마지막 보루를 국책사업을 위해 나라에 바친 셈이다. 신도시 지구계획에 자족용지, 기반시설, 교통대책 등 광명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반영시키느냐로 지역의 미래가 결정된다. KTX광명역세권, 소하택지개발의 전례처럼 국토부와 LH의 일방적인 개발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광명시가 조속히 큰 그림을 준비해놔야 한다.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도 당장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수도권 서남부 첨단기지로 성공하려면 우량기업 유치가 관건이다. 경기 침체의 악재 속에서 좋은 기업을 유치할 전략을 세우고 뛰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책상머리에 앉아서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세일즈하는 적극적인 마인드로 행정이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구름산지구, 하안2지구, 뉴타운, 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로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해 인구 50만 시대의 도시문제를 예측하고, 중장기 대책도 세워야 한다. (구)서울시근로청소년복지관 부지, 구로차량기지 문제, 지하철역 유치 문제 등 중앙정부, 타 지자체들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정치력, 협상력, 실행력이 없다면 ‘명품자족도시’라는 구호는 시민들을 현혹하는 거짓공약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재선인 박승원 광명시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작년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자치단체장 중 하위 20%에 포함된 것이 공천 컷오프의 빌미가 됐던 박 시장은 단식농성 끝에 재선시장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박 시장은 하위 20%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자신이 부당하게 저평가된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4년간 성과가 뭐였냐 하면 딱히 또 내세울 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4일 박 시장이 취임 반년이나 지나 첫 기자회견을 했다. 초선시장 시절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뭘 했냐'는 기자들의 단골 질문에 마땅한 성과를 언급하지 못했던 박 시장은 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이 자리에서 “섹시하고(?)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추상적이지만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말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시장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과 다르다. 시민운동가도 아니다. 행정은 인풋(Input)이 있으면 아웃풋(Output)이 도출돼야 한다. 성과가 있어야 시민들이 더 나은 인프라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주민자치, 자족도시, 탄소중립... 이런 막연한 거대담론은 누구나 알고 있고, 시장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재선인 박승원은 광명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성과를 낼 전략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건지 시민들에게 매우 구체적으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초선과 재선은 엄연히 다르다. 본인은 구체적인 게 없으면서 밑도 끝도 없이 시민과 공무원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는 뜬구름 잡는 말은 초선 때 했던 것만으로 족하다. 힘 있고 기대치가 있을 때 중심을 잡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시정에 애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는 시민이 많아지고, 공무원들도 의욕적으로 일하는 ‘매력적인’ 광명시를 만들 수 있다.

거대담론만 논하는 것은 '무계획'으로 보이고, 성과없는 행정은 '무능력'과 직결된다. 재선시장인 박승원도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냉정한 잣대를 가지고 이제 총론이 아니라 각론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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