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칼럼 - 서현수 (주)매일옥션부동산그룹 법무팀 변호사

광명지역신문> 세입자 있는 집을 계약갱신 거절 기간, 즉 임대차기간 만료 6월에서 2월 사이에 매수했을 때 곧바로 세입자의 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하고 직접 거주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이 가능하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현수 변호사(사진 오른쪽)는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법학과를 졸업하고, 새종역량평가연구원 평가위원, 국회사무처 교육위원, 선관위, 교육청,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역량평가위원로 활동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맑음, 법무법인 에너지 등을 거쳐 현재 (주)매일옥션 부동산 그룹 법무팀 변호사입니다.
서현수 변호사(사진 오른쪽)는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법학과를 졸업하고, 새종역량평가연구원 평가위원, 국회사무처 교육위원, 선관위, 교육청,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역량평가위원로 활동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맑음, 법무법인 에너지 등을 거쳐 현재 (주)매일옥션 부동산 그룹 법무팀 변호사입니다.

아파트 세입자 A는 지난 2020년 10월 16일 집주인 B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이때 집주인 B는 이미 C에게 아파트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이후 해당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C는 실거주하겠다며 A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A는 ‘갱신요구 당시 C는 집주인이 아니었으므로 계약갱신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집을 비워주지 않았고, 결국 C는 A를 상대로 건물 인도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에 관한 해석이었다. 즉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1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실거주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이를 거절할 수 있는데(주택임대차보호법[법률 제17363호, 2020. 6. 9.,일부개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등), ‘새 집주인’도 이 조항의 ‘집주인’에 포함될 수 있는가 문제된 것이다.

이번 판결 이전에는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요구한 상황이라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기준의 부재로 인하여 국토교통부는 2020년 9월 ‘새 집주인은 (갱신요구 기간인 6개월 전 등기를 마친 경우가 아니라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고, 법원은 각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는 등 혼선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은 ①계약갱신청구권 ②전월세상한제 ③전월세신고제를 요체로 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그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도록 개정되어, 가뜩이나 소급입법이라는 비판과 오히려 전·월세난을 심화한다는 비판에 더해 이런 허점까지 가지고 있는 졸속입법이라는 비난이 빗발칠 수 밖에 없었다.

대상판결의 제1심은 아파트를 매도한 사실은 위 조항 제9호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새 집주인 C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항소심은 C가 갱신청구 당시의 소유자가 아니어서 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차인 A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새 집주인이 건물 소유권을 이전받으면서 전 소유자의 갱신거절권도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제1심과 같이 원고인 새 집주인 C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항소심)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이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소유권 취득 전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갱신거절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는 데 있다. 따라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새 집주인은 임대차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동안 실거주 의사를 밝히고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향후 집주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원치 아니할 때 실거주 목적이 있는 매수인을 물색하여 주택을 매도해 버리면 해당 규정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판결로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임대차 3법의 핵심인 계약갱신요구권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으나,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본다.

첫째,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새 집주인은 기존 집주인의 권리·의무 전부를 승계하는 것이 명문의 규정인데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대상판결의 항소심은 개정법의 취지인 임차인 주거권의 안정적인 보장에만 초점을 두어 ‘권리’의 승계는 부정하고 ‘의무’만을 승계하는 것으로 봤다. 이는 위 조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이며 따라서 법리적으로 부당하다.

둘째, 임차인이 소유권변동 전후로 계약갱신의사를 번복하는데 따라 집주인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집주인의 변경과 무관하게 실거주 목적의 갱신거절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하여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특별히 불이익을 입을 것이 없다.

이상과 같이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에 법적 공백이 있던 부분을 판결로써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 대립하는 이해당사자 간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였다는 점, 그리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도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책의 방향성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교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장기적인 국민 간 갈등을 유발했다는 점은 못내 씁쓸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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