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광명 청소년들 지원...경기항공고 학생 4명에 장학금 전달

광명지역신문=장성윤 기자> 수도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마을 어귀에 사람들이 함께 쓰는 수동 펌프가 있었다. 메마른 펌프에서 물을 길어 올리려면 물 한바가지가 필요했다. 이 물을 ‘마중하러 간다’는 의미에서 ‘마중물’이라 부른다. 마중물은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고, 큰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은 밀알이다.

이렇게 작은 밀알의 역할을 17년간 묵묵히 하는 단체가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순수한 동아리인 ‘마중물’(회장 조영애)이 그 주인공이다.

마중물이 지난 9일 경기항공고 학생 4명에게 총 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마중물이 지난 9일 경기항공고 학생 4명에게 총 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급식비를 내지 못해서 친구가 밥을 못 먹어요”

점심을 굶는 친구를 도와달라는 한 아이의 요청으로 6명의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2006년 창립된 마중물은 중, 고등학교 무상급식 시행으로 2011년부터는 급식비 대신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모임 이름 그대로 17년간 광명에서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한 ‘마중물’이 되고 있다.

친구를 도와달라던 그 아이는 결혼해서 아이 엄마가 됐다. 그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고, 마중물은 화롯불의 불씨처럼 꺼지지 않고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현재 마중물의 회원은 13명이고, 이 중 6명은 초창기부터 함께 해 온 멤버들이다.

“마중물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자발적이고 순수한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매월 1~2만원씩 내는 회원들의 회비를 한푼도 쓰지 않고 마련한 장학금으로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중물 창립 멤버인 조영애 회장은 한결같이 오랜 세월 동행한 회원들이 있어 행복하고 감회가 새롭다.

마중물은 매년 1회 광명지역의 학생들에게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장학금은 100% 회원들의 회비다. 이렇게 그동안 지급한 장학금이 총 4천여만원이다.

장학금을 방은 경기항공고 학생들의 감사 손편지
장학금을 방은 경기항공고 학생들의 감사 손편지

올해는 경기항공고등학교 학생 4명이 각 50만원씩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 11월 9일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의 감사 손편지는 마중물 회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포기하려다 장학금을 받게 돼 다시 도전할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에 마중물 회원들은 힘을 얻고, 훌륭한 어른이 되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에 보람을 느낀다.

“마중물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 물이 아래로 내려가 땅속의 깨끗한 물까지 오염됩니다. 한 바가지의 깨끗하고 맑은 마중물이 되어 아이들이 당당하게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고 싶어요.”

한 바가지의 적은 양이지만 땅속 깊은 샘물을 불러오는 힘,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마중물’의 선한 영향력은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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