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제 나름대로 과자를 고르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과자 봉지 안에 동전으로 긁으면 ‘한 봉지 더’ 내지는 ‘꽝입니다 다음 기회에..’라는 스티커가 들어 있는 것은 언제나 0순위였습니다. 먹는 재미에 운대가 맞으면 한 봉지 공짜로 더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가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었겠습니까.

‘한 봉지 더’를 뽑으면 과자를 먹고 싶을 때 언제라도 달려가 먹을 수 있도록 저축하는 맘으로 장롱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놨고 ‘꽝입니다. 다음 기회에..’를 뽑으면 오기가 생겨 과자 를 더 사와 ‘한 봉지 더’라는 스티커가 나올 때까지 먹은 적도 있습니다. 꽝을 뽑았을 때 화가 난 이유는 내 능력과는 관계없이 꽝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상대로 한 과자회사의 얄팍한 상술이 아니었나 쓴 웃음을 짓게 됩니다.

5.31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으로 요즘 지역정가가 술렁입니다. 공천확정자에 대한 적격 여부에 대해서도 말들이 오고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누가 돼도 그랬을 거리라 짐작되지만 광명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밀실공천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는 요즘 같은 때 공천 심사에 승복하고 당에 백의종군하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물론 어디에나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들의 이야기는 흔히들 무시되기 일쑤지만 그래도 깨끗이 승복하기에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에는 왠지 구린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게 힘든 걸 왜 하려고 하세요?” 저는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이렇게 묻습니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선거는 사람으로서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속이 숯검댕이가 되는 사활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어릴 적 제가 ‘꽝’을 뽑고 나서 몇 번 씩씩 거리다 끝나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열린우리당 공천이 이번 주내로 일부 확정되고 한나라당은 시장 공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누가 공천이 되든 ‘꽝입니다. 다음 기회에..’를 뽑게 되더라도 온전히 수긍할 수 있기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정당의 이해관계와 일부 정치인들의 알력싸움 때문에 광명시와 광명시민들의 미래가 ‘꽝입니다. 다음 기회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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