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우 '김주영' 다큐멘터리 감독

                      ▲ 선천성 뇌성마비 지체장애우       김주영씨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 선천성 뇌성마비 지체장애우 김주영씨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
장애우가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할 때 들어야 하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곡의 가사일부다. 수많은 곡중 왜 하필 이 곡일까. 안 그래도 하루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보내야 하는 장애우들한테 이곡은 너무 잔인하게 들리지 않을까. 장애우들도 집이 아닌 날 오라 반기는 즐거운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구가 있을텐데 말이다.

이번 호 광명지역신문에서는 소개하는 김주영씨는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장애우입니다. 자신이 처했던 어려움과 장애우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을 카메라에 하나하나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편집자주>

선천성 뇌성마비인 김주영(31, 하안3동, 사진)씨. 주영씨는 전동휠체어 없이는 마음껏 이동할수 없는 지체 장애우다. 어릴 적부터 외출을 자주 못했기에 앨범 속에는 사진이 별로 없다. 엄마가 출근하면 집에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밀어주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나갔던 공원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한 장애우를 보게 되었다. 그 후 전동휠체어를 준다는 여러 장애우 관련단체를 찾아 헤맸다. 한정된 전동휠체어라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녀는 심사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동휠체어를 장애우 뿐만 아니라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는데 쓰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동휠체어를 갖게 된 97년 겨울의 그날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전동휠체어로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는 주영씨, 자신의 어릴 적 경험과 장애우가 처한 현실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같은 장애인들이 외출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가 탈출이 아닌 진정한 외출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세상과 끊임없이 호흡할 것입니다.”

장애우 이동권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외출 혹은 탈출’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주영씨는 ‘외출 혹은 탈출’로 2005년 제5회 퍼블릭엑세스 시민영상제 <젊은이 및 일반부분> 작품상을 받았다. 요즘 주영씨는 더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군자역까지 수업을 받으러 다닌다.

수업이 있는 날 아침, 철산역까지 가려는 주영씨가 ‘콜 승합차량’을 이용하는 날이기도 하다. 장애인 콜택시가 비용이 저렴하다지만 수입이 얼마 되지 않는 그녀에겐 비나 눈이 와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용할 수 없는 사치였다.

그러기에 작년말부터 광명시신체장애인복지회가 무료로 운행하는 ‘콜 승합차량’이 너무나 반갑다.지하철 리프트 이용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요란한 배경음악이 울리면 자연히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을 찾아 헤맨다는 김주영씨. 다큐멘터리 수업이 늦게 끝나 ‘콜 승합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그녀는 오늘밤도 독산역에서 내려위험천만한금천교차도를 전동휠체어로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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