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기자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거 아니야?”

마감이 다가와 신문사를 방문하는 이들은 저에게 이렇게 한마디씩 던집니다. 라꾸라꾸 침대를 펴고 널 부러져 있는 기자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심 기자들이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지만 사실은 하나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젊어서 빡세게 일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들어지니 월급도 많이 못 주니까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못된 편집장입니다. 기자들의 기사를 몇 번이고 수정하라고 들들 볶는 것은 예사이고 마감이 다가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면서도 별다른 죄책감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신문사에 와보시지도 않았던 저의 부모님은 “너의 별난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할 거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제 스스로도 썩 능력이 있지도 못한 주제에 남이 일 못하는 건 절대로 참지 못합니다. 다행히 똑똑한데다 넉살도 좋은 우리 기자들은 요즘에 부쩍 커가는 게 보입니다.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저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정작 저 스스로를 너무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합니다. 귀찮다며 좋은 글감도 찾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습니다. 가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던 머리도 이젠 무뎌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못나게도 현실타령을 합니다. 인력도 모자라고 시간도 없어서.. 이런 핑계를 대며 왜 회사가 이런 복지혜택을 제대로 주지 못하냐며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합니다. 기사꺼리로만 생각했던 복지 문제가 바로 제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된 것입니다.

가끔 기자들이 안쓰럽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광명지역신문 기자들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습니다. 목표도 있고 열정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능하고 개성있는 친구들이 회사가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맘껏 펼치지 못할까봐, 각자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제대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경인운수 강희범 노조위원장이 신문사 노조 설립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사용자측이긴 해도 노조가 생기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광명지역신문 노조의 최우선 목표는 ‘악마 편집국장 타도’랍니다. 농담 삼아 던진 말이겠지만 신문사 식구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벌어야 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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