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구성된 것은 1991년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라 일컬어지는 지방의회는 주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의 목소리에 언제든지 귀기울일 수 있고 언제든지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나서서 내 이웃과 내 지역을 위해 일하고 이를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코자 만들어진 제도이다.

4월 열리는 국회 임시회에서 도를 없애고 전국을 6~70개 통합시로 개편을 주요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기본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발상이 아닐 수없다.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행정체제 개편은 정치권이 주도할 사안이 아니며 여야의 합의가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도 아니다.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의 입김이 강해지고 조금씩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지방행정체제를 단순화하려는 의도는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명분이 깔려 있다. 도와 시군간 업무와 의회의 기능이 중복돼 돈이 많이 들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그 동안 지방의회가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중앙 정치에 휩쓸려 국회의원들의 지역적 기반을 다지거나 당선시키는 데 한 몫을 하며 지방의회의 존재가치를 추락시켰고 전문성 부족으로 민심을 지역정치에 반영하는 부분에서도 미흡했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조직적 효율성 제고와 저비용을 위해 통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명분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비용이 더 든다고, 시간이 더 걸린다고 무조건 통합하자는 방식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인식되어 왔었다. 행정구역 개편이 명분은 있지만 지금 설득력이 약한 이유는 수십년을 걸쳐 신중한 작업을 해야 하는 이 작업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없이 지방선거를 한달 앞두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뜬금없이 확정시키려 하는데 있다. 중앙정부가 지역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선진국의 경우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을단위의 자치조직을 양성하는 추세에 있다. 물론 시민의식의 성숙도에서 차이가 있겠으나 무작정 기존의 자치조직을 단순히 단층화 하겠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효율적인 주민자치를 위한 방안은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되어야 한다. 행정구역개편의 필요성이 있다면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란 하루 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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