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무환 일지서적 대표이사 /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구무환 (주)일지서적 대표이사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광명시조합 이사,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광명YMCA 이사장, 광명시 의정자문위원, 광명문화원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구무환 (주)일지서적 대표이사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광명시조합 이사,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광명YMCA 이사장, 광명시 의정자문위원, 광명문화원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광명지역신문=구무환 일지서적 대표이사, 본지 편집위원>

# 문 닫는 동네서점들, 저도 매일 갈등합니다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서울 은평구에서 25년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불광문고가 문을 닫으면서 유서처럼 SNS에 남긴 마지막 글입니다. 은평구의 대표적인 동네서점이었던 불광문고는 심각한 경영난과 ‘연매출 1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에서 제외되면서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광명에서 30여 년간 ‘일지서적’이라는 동네서점을 운영해 온 저로서는 불광문고의 폐점이 남 일 같지 않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사실 저도 ‘일지서적을 닫는 게 낫지 않을까’ 이미 10년 넘게 매일 갈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상징해 온 동네서점들의 폐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 광명에서도 동네서점이 절반 이상 사라졌습니다. 학창시절 들락거렸고, 지역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자리를 지켜 온 동네서점은 주민들에게 행복한 기억이자 문화적 자부심일 수 있지만 그런 추억과 자부심만으로 서점이 혼자 위기를 헤쳐나가기엔 현실의 벽은 너무 높습니다.

평생 책방주인으로 살아 온 저는 동네서점의 특수성을 참작한 적극행정을 광명시에 다시 한번 호소하고자 펜을 들기로 했습니다.

# 선거 때 지역화폐 사용처 늘린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광명에는 현재 10개의 동네서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 비교적 규모가 크고 좀 더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 동네서점 이용자의 80% 이상이 찾는 영동문고와 일지서적에선 지역화폐인 ‘광명사랑화폐’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연매출 10억 이상은 지역화폐 가맹점 제외’라는 규정에 발목이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재선시장이 된 박승원 광명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최우선으로 내건 공약이 민생경제 회복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안 중의 하나로 ‘지역화폐 발행액 및 사용처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지역화폐 사용처를 늘려 광명시민의 편의도 확대한다니 내심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광명시와 광명시장의 입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요지부동인 것 같습니다.

“동네서점인데 왜 지역화폐를 못 쓰나요?”
지역화폐가 당연히 될 줄 알았다가 헛걸음한 손님들은 황당해합니다. 이런 손님들이 지역의 다른 동네서점으로 발길을 돌리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원하는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서울시내 대형서점으로 가거나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게 됩니다. 경기도가 최근 지역화폐로 지역서점에서 책을 사면 사용금액의 10%를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광명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기회는 줄어듭니다.

# 타지자체는 풀었는데...광명시는 경기도 핑계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광명시 서점조합에서는 지역서점에서 예외없이 지역화페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년간 수차례 광명시에 건의해왔습니다. 그러나 광명시는 매출액을 제한하는 경기도 규정과 타업종과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불가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광명시 핑계와는 달리 정작 경기도는 지역화폐 가맹점 여부는 광명시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미 부천, 안산, 안양 등 경기도내 8개 지자체들은 동네서점의 특수성과 주민 편의를 위해 경기도 규정과는 달리 매출액과 상관없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경기도 규정 탓만 하고 있는 광명시와는 너무 대조되는 행정입니다.

# 동네서점 없는 광명, 부끄럽지 않습니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연매출 10억이 넘는데 무슨 지원 타령이냐고. 그러나 동네서점을 단순히 매출로 구분지을 문제는 아닙니다. 도서 유통시장은 이미 온라인서점으로 넘어갔고, 오프라인 지역서점은 온라인서점보다 비싸게 책을 공급받습니다. 책 한 권당 마진율은 10~15%에 불과합니다. 1만원 짜리 책을 팔면 1000원~1500원이 남고, 여기서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 관리비, 카드수수료 등을 지출하면 동네서점들은 규모를 떠나 적자를 면키 어려운 유통구조입니다.

또한 동네서점은 한 곳이 잘되면 다른 곳이 망하는 경쟁구도가 아닙니다. 지역에서 버텨 온 중형서점이 문을 닫으면, 그나마 동네서점을 찾는 발길 자체가 없어지고, 그로 인해 더 작은 서점들까지 줄폐업하게 됩니다. 이 상태로 동네서점을 방치한다면 교육도시, 문화도시를 표방해 온 광명시가 결국 동네서점 하나 없는 도시로 전락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깁니다. 인구 30만 도시에서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 돈은 새나가고 시민도 불편...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안합니까?

광명시가 광명사랑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지역경제활성화와 광명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닌지요. 그런데 경기도를 핑계 삼아 광명시민들이 불편하고, 타지역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계속 방관하는 광명시 행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은 일반 공산품과는 다른 비물질적 가치자산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도서정가제를 도입했고, 서점업을 ‘생계형 업종 1호’로 지정했습니다. 왜 국가적 차원에서 지역서점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왜 주변 지자체들이 지역서점의 지역화폐 가맹기준을 완화하는지 박승원 광명시장과 광명시는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주십시오.

# 관행 얽매인 탁상행정 지양해야...시장 의지와 공무원 마인드 문제

만일 광명시 말대로 타업종에서도 이런 요구가 있다면, 경기도의 일률적 기준을 수동적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적어도 광명시 실정에 맞게 지역화폐 발행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업종이 공공재로서의 특수성을 기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고,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 정도는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4년 동안 외쳤던 지방자치이고,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실천하는 의지의 표명 아닐까요?

광명시는 2017년 전국 최초로 공공도서관 서적 구입시 지역서점을 우선 배려하는 등 타 지자체보다 선도적인 행정을 펼쳐왔습니다. 지역서점 지원조례도 제정했습니다. 행정의 질은 지자체장 의지와 공직자들이 어떤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관행에만 얽매인 탁상행정으로 광명시가 더 이상 퇴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곳을 보듬어주고 해법을 찾으려는 적극행정으로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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