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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이만기, 강원도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 삼순이 매운탕· 꽈배기집· 청국장· 맹방해수욕장과 덕봉산 데크길· 임원항 건어물집 방문 이만기 나이는?
  • 이서진 기자
  • 승인 2022.08.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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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명지역신문=이서진 기자] 강원도 동남쪽 끝에 자리해 동해안의 관문이라 불리는 삼척.
태백산맥과 긴 해안을 끼고 있어 산과 바다, 동굴과 계곡 등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삶의 열기가 뜨거운 동쪽 바닷가 마을들을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강원도의 음식, 그리고 저마다 열정을 가지고 삶을 빛내는 사람들을 만나고자 한다.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은 강원도 삼척을 동네 아들 이만기가 세 번째 여정지로 찾아가본다. 

▶ 삼척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나릿골 감성마을 

조선시대 정라항(汀羅港)이라 불리며 작은 어항이었던 삼척항. 지금은 3개 부두와 물양장이 있는 삼척 대표의 포구다. 삼척항을 등지고 바라보면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동네가 시선을 끈다. 이름도 예쁜 ‘벽 너머엔 나릿골 감성마을’. 
1960, 70년대 어촌 전형의 집들과 좁고 가파른 골목은 그대로 둔 대신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낡은 담장을 채웠다. 특히 마을 정상에 보는 삼척항과 마을 전경은 여행의 감성을 깨우기 충분하다. 이곳 나릿골 감성마을에서 동네 아들 이만기(1963년 출생 나이 59세)가 삼척의 첫 여정을 시작한다.

▶ 잔소리꾼 아내와 아내 껌딱지 남편의 삼순이 매운탕보다 뜨거운 사랑

삼척항 식당가를 걷다 이만기의 눈에 포착된 의문의 생선 바구니. 못생겨도 맛은 좋은 삼순이란다. 삼순이의 본명은 ‘고무꺽정이’. 하지만 삼순이를 비롯해 물망치, 망챙이, 풍덕궁이 등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동해안 대표 생선이다. 기름기가 적고 살이 단단해 매운탕 재료로 인기가 좋다. 이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은 식당 30년 차 아내의 솜씨. 그리고 그 곁엔 아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식당 초년생 남편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결혼 후 평생 식당 일을 해 온 아내에게 어느 날 연이어 암이 찾아오면서 먼 타지 있던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의 곁으로 왔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것이 남편의 생각.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아옹다옹할 일도 많고, 서투른 식당 일에 어김없이 아내의 잔소리가 따라 붙지만 부부의 사랑은 여름 태양보다 뜨겁고 삼순이 매운탕보다 진국이다. 

▶ 빵돌이 남편의 소원이 현실로! 삼척 오래된 꽈배기집

삼척의 구 번화가인 근덕면을 걷던 이만기.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 오래된 골목길에서 허름한 외관의 빵집을 발견한다. 
198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6년째인 이곳은 빵돌이 남편과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절에 가서 빵을 마음껏 먹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 정도로 빵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자가 빵 잘 만드는 여자를 만나 소원을 이룬 셈.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일어나 빵집을 찾아줄 손님들을 위해 빵을 만든다는 부부. 진열대마다 각기 다른 빵으로 채우는 여느 빵집과는 달리 꽈배기, 도너츠 세 종류의 빵을 한 봉지에 총 10개를 미리 담아 판매하는 방식. 고를 필요도 없이 한 봉지를 가져가면 되는데 수량이 많지 않다 보니 이마저도 점심나절이면 동이 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기 위해 늘 고생하는 아내가 미안하면서도 고맙다는 남편. 집에서 만들던 빵이 삼척의 명물이 된 꽈배기, 그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만나본다.  

▶ 동갑내기 예비부부의 구수한 도전, 청국장에 건 승부!

삼척 노곡면 마읍리에서 발원하여 근덕면 덕산리로 흐르는 마읍 천변을 따라 걷던 이만기. 숨이 턱턱 막히는 이 더위에 장작을 패는 청년을 발견한다. 이 날씨에 장작은 대체 왜?  
3일에 한 번 가마솥에 콩을 삶기 위해선 겨울이고 여름이고 아궁이 뗄 장작을 팰 수밖에 없다는 것. 알고 보니 29살 동갑내기 예비부부가 함께 청국장을 만드는 곳이다.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두 사람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들의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마침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예비 신랑의 아버지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찾던 중이었기에 예비 부부는 누구든 쉽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메뉴 선정은 오래 고민할 것이 없었다. 시할머니에서 시어머니로 이어 온 청국장은 예비 며느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어머니의 음식. 몇 달을 고군분투하며 시어머니께 손맛을 배웠다. 그리하여 고부 3대의 청국장은 젊은 예비부부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물만 부으면 누구든 쉽게 끓여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탄생했다. 쉬운 길로 돌아가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건강한 음식 청국장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예비부부. 그들의 구수한 도전을 만나본다.  

▶ 삼척의 명사십리 맹방해수욕장과 덕봉산 데크길 

넓고 아름다운 모랫길이 10리에 걸쳐있어 명사십리로 불리는 맹방해수욕장. 얕은 수심과 맑은 물로 매년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다. 최근 BTS의 앨범 재킷 촬영지로 알려져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백사장 사이로 들려오는 시원한 파도소리는 여행 중 설렘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맹방해수욕장의 끝엔 고도 54km 작은 산이 하나 떠 있다. 1968년부터 군경계시설로 이용되다 2021년 4월 군경계 철책 철거와 함께 53년 만에 공개된 덕봉산이다. 본래 덕산도라는 섬이었지만 육지와 연결되며 산이 되었고, 덕분에 백사장에서 도보로 갈 수 있다. 잘 조성된 데크길이 대나무 숲을 지나 전망대로 이어지는 내륙코스와 해상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는 해안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 길을 걸으며 삼척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본다.

▶ 미래의 국대들 삼척 물살을 가르다, 근덕중학교 카누부 

덕봉산 데크길의 최고 매력이라면 단연 바다에서 시작한 길이 강에서 끝난다는 것 아닐까.
맹방 해변에서 시작해 덕봉산을 한 바퀴 돌고 종착점인 꼬불꼬불한 데크길을 걸어 나오면 마읍천에서 흘러온 맑은 담수가 발밑으로 흐른다. 이만기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알록달록한 카누들이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있는 것. 인근에 있는 근덕중학교 카누부의 훈련 시간인 것이다. 2013년 창단된 근덕중학교 카누부는 6명 남짓한 적은 인원이지만 크고 작은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최근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도 있을 정도. 모두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며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는데. 자신의 선수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뭉클해진 이만기는 따듯한 응원의 말과 함께 아이들에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선물한다. 

▶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 80대 자매의 반백년 동행

백두대간 줄기가 동으로 뻗어내려 푸른 바다와 근접한 근덕면 교가3리에는 약 천 년의 나이를 가진 나무가 있다. 강원도 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된 교가리 느티나무. 고개를 한껏 꺾어도 눈에 다 담기지 않는 웅장한 노거수는 마치 마을을 지키는 보디가드 같은 느낌이다. 이 듬직한 느티나무 바로 앞에는 간판도 없는 슈퍼가 자리하고 있다. 50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퍼는 한 때 교가리 사람들의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었지만 인근에 대형 마트와 편의점이 생기며 이젠 남은 물건만 파는 정도라고. 이곳의 운영자는 89세, 80세 친자매다. 남편을 일찍 여읜 큰 언니와 막냇동생이 40년 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데. 시집가기 전에 함께 산 세월까지 더하면 도합 60년이다. 방이 여러 개임에도 불구하고 한 침대에서 자고, 밥도 함께 준비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을 함께 한다는 자매. 나이 들어 자매만 한 친구가 또 있을까.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정다운 노(老)자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팔 잃은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진 강한 아내이자 엄마. 임원항 건어물집 사장님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해 경상북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원덕읍 임원항. 
예부터 유동 인구가 많고 물물 거래가 성행했던 곳이라 어판장, 횟집, 건어물 가게 등이 즐비하다. 고소한 오징어 냄새에 끌려 건어물 거리로 들어선 이만기 눈에 먼저 들어 온 건 다름 아닌 호박엿. 이 골목에선 건어물보다 엿으로 더 유명한 이 가게의 주인은 부산이 고향인 허은경씨. 스무 살에 삼척으로 시집와 큰딸이 백일쯤 되었을 때, 남편이 팔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남편 대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철물점, 노점 잡화, 우유배달, 생선 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녀에겐 아픈 남편과 세 아이가 있었기에 몸이 부서지는 줄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30년을 길 위에서 그렇게 보냈다고. 그렇게 다 내어 주고도 허은경 사장은 자식에게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함, 남편이 버텨줘서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가족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준 강한 아내, 강한 엄마 건어물집 사장님을 만나본다. 

드넓은 바다와 더불어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며 함께해서 더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동네 한 바퀴> [제182화. 든든하다, 이 바다 - 강원도 삼척] 편은 8월 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만나 볼 수 있다. 

이서진 기자  webmaster@joyg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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