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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지역신문=이서진 기자] 고울 여(麗)에 물 수(水).

고운 물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섬으로 둘러싸인 전남 여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항으로 손꼽힌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놓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동네의 새로운 모습,

원석 같은 이야기가 하나둘 떠오르는 곳.

 

동네 아들 이만기의 두 번째 걸음은

여름보다 더 뜨거운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여수 사람들을 만나러 떠난다.

 

▶낭도 술도가의 ‘럭키 세븐’ 부부

 

여수를 이루는 365개의 섬 중 2년 전, 연륙*연도교가 놓이면서 가고 싶은 섬 1번지로 꼽힌 낭도. 낭도에서 첫 여정을 시작한 이만기(1963년 출생 나이 60세)는 동네 어머니로부터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막걸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래된 주조장을 찾아 나선다. 구수한 누룩 냄새를 풍기는 백년 술도가. 그곳에는 집안의 샘물을 이용해 옛 방식 그대로 4대째 술을 빚는 부부가 있는데. 하늘이 점지해준 것처럼 첫 만남부터 운명적이었다는 부부. 행운의 숫자 ‘7’이 졸졸 따라다니며, 신의 계시처럼 두 사람을 이어줬단다.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고, 대대로 내려온 가업을 잇기 위해 낭도로 들어온 건 약 20년 전. 초창기, 막걸리를 하루에 한 병도 못 파는 날이 이어졌고, 낯선 섬 생활을 힘들어한 아내는 종종 섬 탈출을 꿈꾸기도 했단다. 그러나 낭도에 하나뿐인 주조장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빚으며 술독에 빠져 살았다는 부부. 부부의 사랑으로 익힌 시원한 막걸리와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이어진 막걸리 식초로 무친 새콤한 서대회까지. ‘낭도의 백일섭’ 남편과 ‘여수 퀸’ 아내의 귀한 낭도 한 상을 맛본다.

 

▶여름 갓 밭의 주인공! 용주리 옥수수 장터

 

낭도 대교를 건너 화양면의 한 동네로 들어선 동네 아들 이만기. 여수 하면 갓인데, 갓은 온데간데없고 가는 곳마다 옥수수가 지천이다. 알고 보니 여름에는 옥수수, 겨울에는 갓으로 제철마다 돌아가면서 재배한단다. 특히 화양면은 여수의 옥수수 최대 생산지로 꼽히는데, 그중 이곳 용주리에는 지금 한창 문전성시를 이루는 옥수수 장터가 있다. 새벽에 딴 옥수수를 그 자리에서 껍질을 벗겨 파는 당일 수확, 당일 판매가 원칙인 장터. 해풍 맞고 자란 용주리 옥수수는 쫀득한 맛은 물론, 단돈 만 원에 20개 넘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인기 만점이란다. 13년 전 시작한 옥수수 장터에서 하루 몇천 개씩 까느라 손가락은 다 휘었어도 옥수수를 팔면서 인생은 활짝 피었다는 어머니들. 옥수수 하모니카 불며, 즐거운 인생을 사는 어머니들을 만나본다.

 

▶삼총사의 알싸한 우정, 갓크림도넛

 

여수 원도심, 중앙동을 걷다 갓을 나르는 청년을 만난다. 갓으로 만든 빵으로 친구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청년. 학창 시절, 같이 ‘땡땡이’ 치면서 끈끈한 우정을 쌓은 절친한 친구들이란다. 졸업 후 각자의 본업을 갖게 되면서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은 4년 전, 함께 일해보자며 의기투합해 다시 여수로 모였단다. 하지만 결국 두 번의 실패를 겪은 세 친구. 실패보다 더 무서웠던 건 우정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단다. 그렇게 세 번째, 실패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죽기 살기로 도전한 것이 바로 갓크림도넛. 갓크림도넛은 속 크림과 겉 소스에 여수의 특산물, 갓을 갈아 넣은 것인데 달콤하면서도 갓 특유의 알싸한 맛이 특징이다. 화끈한 열정으로 재도전! 세 친구의 마지막 승부수, 갓크림도넛을 맛보며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

 

▶행복이란 월척을 낚는 백야도 강태공 형제

 

화정면 끝자락에 있는 섬, 백야도. 동네 골목을 걷던 이만기는 작은 분교를 발견한다. 옛 돌담 너머로 쪽빛 바다가 펼쳐진 정겨운 섬마을 분교. 때마침 학교를 나오는 아이들을 만난다. 전교생이 7명뿐이지만, 오히려 학원에 가지 않아 좋다는 아이들의 모습이 순박하고 천진난만하다. 아이들의 즐거운 하굣길을 동행하다, 선착장에서 낚시를 마치고 돌아온 자매의 아버지와 그의 형을 만난다. 낚시가 좋아서 백야도에 정착했다는 형제는 원래 서울에서 명품 수선을 했다는데.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힘들었던 타향살이에 결국 귀어를 결심한 형제. 5년 전 형이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작년에 동생마저 백야도에 정착했단다. 어릴 때부터 낚시라면 죽고 못 살았다는 형제는 이젠 매일같이 함께 바다로 나간다. 당장에 가진 것 없고, 벌이도 많진 않지만 좋아하는 바다가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형제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형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우애를 낚는 백야도의 강태공 형제를 만나본다.

 

▶비탈길마다 애환이 찰랑이는 여수의 첫 동네, 고소동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산동네, 고소동으로 향한 동네 아들 이만기.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 사이, 끝없는 계단의 연속에 동네 한 바퀴 신고식 제대로 하는데. 힘겹게 골목을 오르다, 50년 가까이 고소동에서 사는 어머니들을 만난다. 그 옛날, 동이 트기도 전에 칼 하나 들고 쥐포 공장에 가서 쥐치를 손질하며 자식들 공부시키고, 비탈진 골목길 오르내리며 연탄과 기름을 나르느라 무릎이 다 까졌다는 어머니들. 살림이 펴서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던 동네가 이젠 정이 들어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힘든 오르막을 지나 동네 정상에서 보이는 드넓은 바다 풍경처럼, 고생 끝에 꽃길을 걷고 있는 어머니들을 만나본다.

 

▶<모정의 뱃길>을 기억하시나요?

 

작은 섬들이 점점이 펼쳐진 신월동 해안가를 걷다, 갯가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머니들을 만난다. 선착장 맞은편에 보이는 섬, 가장도가 고향이라는 정숙현 어머니는 1960년대 초 세간의 화제를 일으켰던 <모정의 뱃길 3만 4천 리> 사연의 주인공. 모정의 뱃길은 과거 세 가구만 살던 작은 섬에 정기선이 다니지 않아, 외동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매일 노를 저어 나룻배로 통학시켰던 어머니의 이야기로, 그 어린 딸이 어느새 일흔을 넘긴 정숙현 씨란다. 자기 딸만큼은 넓은 세상으로 나가길 바랐던 정숙현 씨의 어머니. 뜨거운 모정으로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꿋꿋이 노를 저으며 20리 바닷길을 매일, 6년을 오갔단다. 30년 만에 고향을 찾은 딸 정숙현 씨.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집터를 둘러보며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자식을 위해선 어떤 고난도 거뜬히 넘는 우리네 어머니의 강인함과 따뜻함을 느껴본다.

 

▶해물삼합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

 

거북선 대교 아래 포장마차거리로 들어선 동네 아들, 이만기. 바다와 포장마차! 그리고 거리공연 노랫소리까지, 그 조합만으로 낭만이 출렁이는 거리가 여수의 명물임을 실감케 한다. 바로 옆 골목에서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작고 소박한 가게를 발견하는 이만기. 돼지고기와 묵은지에 갖은 해산물을 얹어 먹는 여수의 별미 해물삼합 집으로, 일흔여덟의 어머니와 막둥이 아들이 운영하는 가게다. 40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삼 남매 키우기 위해 살림집 한쪽을 헐어 막걸릿집을 열었던 어머니. 거친 뱃사람들을 상대하며 애고대고 울며, 흘린 눈물이 여수 앞바다만큼 된단다. 이제는 장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두는 이유는 어머니의 가장 아픈 손가락, 막둥이 아들 때문. 일하느라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공부를 가르쳐주지도 못해 오십이 가깝도록 어리숙한 아들이 늘 걱정이라는데. 하루빨리 아들이 자리를 잡고 잘 사는 것이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이란다. 한평생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지난날을 들어보며, 해물삼합을 맛본다.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동네, 전남 여수.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세찬 인생의 파랑도 무던히 넘어온 이웃들의 보석 같은 이야기가 7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181화 사랑이 넘친다 낭만포구 – 전남 여수]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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