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없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 역행...법 제정 시급

*** 최미정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은 하안4동 주민자치회장, 경기마을공동체네트워크 운영위원, 경기도 꿈의학교 심사위원, 광명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미정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최미정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광명지역신문=최미정 본지 편집위원 / 하안4동 주민자치회장> 지역의 문제를 그 구성원인 지역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주민자치다. 지역실정에 맞는 결정을 통해 정책 효과를 높여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지역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지방분권·주민자치가 활발한 나라일수록 국민소득과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직접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주민이 그렇지 못한 주민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광명시 주민자치회는 생활에서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제기하고, 숙의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는 공론장 역할을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은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주민 주체들이 다양한 주민자치활동을 보다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동(洞)은 행정전달체계의 가장 말단이면서, 일상 속에서 주민참여가 가장 손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장소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먼저 만나고 체감하는 행정단위이며, 행정과 주민 사이의 협력이 가장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동의 행정혁신은 민·관협치가 생활 현장 수준에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즉, 주민자치 주체로서의 주민자치회와 동 단위 행정의 주체인 동주민센터가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분권의 토대 위에 자치가 뿌리내리도록 하고, 자치를 바탕으로 민과 관의 협치가 자리 잡도록 하는 정책이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정칸막이의 해소 ▲현장중심의 원칙 ▲주민과 행정의 공동학습의 원칙 ▲공론장의 활성화 원칙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확립의 원칙 ▲강력한 행정혁신의 의지 구현의 원칙 ▲행정의 개방직 전환 ▲권한과 책임을 주민들에게 부여 등 여덟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행정칸막이의 해소다.

마을 내 복지, 건강, 마을공동체, 여성가족,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정책요소가 융합적으로 작동해야 정책효과가 드러난다. 따라서 광명시 해당 행정국과 각 동별 행정에 이르기까지의 협력이 단단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종합적인 정책이므로 협력과 동의가 필요하다.

#둘째, 현장중심의 원칙이다.

동 주민센터와 동 주민자치회로 내려가면 현장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우선 각 동별로 처해진 상황이 판이하며, 그 안에서도 조건과 역량의 차이가 다양하다. 따라서 현장의 특성을 존중하고, 특성에 맞는 정책적 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현장마다 다양한 속도를 수용하는 문제는 광명시의 행정 프로세스 관리상 쉽지 않은 과제다.

#셋째, 주민과 행정의 공동학습의 원칙이다.

법과 제도가 우선이 아니라 주민자치 혁신 정책을 행정도, 주민도,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상세히 알 수 없고 단계별로 진행되는 과정을 볼 수도 없다. 주체들이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한다는 것은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가 주민자치 발전에 역행할 수도 있다.

#넷째, 공론장의 활성화 원칙이다.

다양한 요구와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공공적 주체로서 행정과 협력관계를 맺으려면, 다수 주민들의 공적인 공감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는 공개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이 보장되는 공론장을 통해서 가능하며, 공론장에서 숙의를 통해 결정된 의견은 공적으로 존중되고 실행이 보장되어야 한다. 권한 없는 참여는 동원으로 귀결된다. 정책결정권과 예산편성권이 담보되어야 공론장은 비로소 존속할 수 있다.

#다섯째,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확립의 원칙이다.

주민이 주체로 나서지 않을 때, 이 정책은 매우 위험한 관 주도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지금보다 문제를 더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 따라서 동별로, 아무나 매꿔지는 정책적 공공 일자리가 아닌 경험 있는 활동가 출신의 전담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다양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관건이다.

#여섯째, 강력한 행정혁신의 의지 구현의 원칙이다.

동 주민자치회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정책결정이 미숙한(?) 주민들의 주도성을 보장하면서 국과 행정동 간의 원활한 협업을 유지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기존의 행정관행을 파격적으로 뛰어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획기적인 행정혁신을 각오해야 한다. 행정의 파격적인 자기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고리로서 동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곱번째, 결국 동 혁신 주민자치회 성공여부는 행정의 개방직 전환에 달려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마을자치, 주민자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현장의 판단과 주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장공모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핵심적 기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기초자치단체의 범주를 시ㆍ군ㆍ구에 두고 있다. 따라서 읍ㆍ면ㆍ동은 자치의 권한을 가지지 못한 상태이다. 주민자치회가 의회 성격 자치기구의 위상을 가지려면 최소한 동 주민자치회에 준 자치단체와 같은 위상과 역할 그리고 권한을 부여돼야 한다. 하지만, 지방행정체제개편에서 이런 논의는 아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덟번째 권한과 책임을 주민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광명시는 2020년 모든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주체적 권한과 실행력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도록 주민자치회 커뮤니티 공간과 사무국 설치 기본적 예산 지원의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

주민자치기본법에 근거하는 주민자치회제도는 마을 안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에 대해 법적 근거가 마련이 되고, 작게라도 주민대표성과 함께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역 대표성, 자발성 및 전문성 등이 확보되도록 구성방식에 중점을 두며, 주민대표, 지역공동체 형성, 행정지원기능, 기타 수익사업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활동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일부 행정사무의 위임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마을을 직접 운영할 예산이 주민자치회에 배정될 때, 사업결정과 더불어 예산집행 권한도 생길 수 있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구조로 활성화한다는 행안부의 명분과 취지는 좋을 수 있으나 ‘법·제도, 실질적 권한 부여 없이 성급하게 이뤄지는 주민자치회 전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인사·재정권 등 주민자치회 권한이 명확히 부여되지 않고 사무국 운영 등에 대한 지원이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자치회는 현실이 아니라 그저 꿈으로 끝난다.

그래서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시급하다. 마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주민참여 과정이 풀뿌리 민주주의이며 주민자치, 마을자치의 뿌리다. 광명시에서 시행 중인 주민자치회가 누구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짊어지고 함께 하는 진정한 주민자치회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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