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국가의 책임...발달장애인 일자리 연계 등 꼼꼼한 지원 절실

***박미정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은 사단법인 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 회장이며, 광명시장애인 활동지원수급자격 심의위원장, 광명시 지속가능협의회 장애인분과위원, 직장내 장애인식개선 강사, 광명교육지원청 특수학급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미정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박미정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

광명지역신문=박미정 본지 편집위원 / (사)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 회장> 3월은 새롭게 시작하는 달입니다. 어떤 시작이냐에 따라 시작은 누군가에게는 설렘이고,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입니다.

지난 3월 2일,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같은 날 입학을 앞둔 자녀와 이제 막 20세로 사회에 나가야 할 자녀가 부모의 손에 의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숨진 두 자녀 모두 발달장애인입니다.

9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도 저 가족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외롭고 두려웠습니다. 막막한 현실에 힘들었던 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제 아이는 발달장애인입니다. 9년 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저는 설렘보다 가파른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공포감이 너무 컸습니다. 이미 입학을 앞두고 장애 등록을 한 상태이긴 했지만 제 주위에 장애 자녀의 학교생활을 상담하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가시 돋힌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한부모가정도 수급자 가정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만 9개월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저 또한 하던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아이 치료에만 매달려야 했습니다. 하루 2개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될지 계획도 없었고, 내 아이와 나만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절망감에 극단적인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을 키우면서 얼마나 괜찮을 삶을 살기를 원하느냐”
주위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욕심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도 그 가정도 모두 장애인이기 전에 고귀한 사람이며, 누구에게나 삶의 가치는 소중하고 동등합니다.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그 누구도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3월 2일, 그날 하루 만에 2명의 발달장애인이 부모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누가 이 가정을 이런 극단적인 상황과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은 겁니까? 이것을 그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국가와 지자체는 한부모,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가정 등에 더 꼼꼼하고 세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연계해 노동권과 소득권을 보장하며, 낮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이 미래의 삶을 꿈꿀 수 있길 바랍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힘든 생활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복지는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며, 안전한 나라,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장애는 우리를 편리하게 만드는 불편함이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은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5월 새 정부가 취임합니다. 장애가 있어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 소외받는 사람들이 없는 행복한 나라로 도약하는 새로운 기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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