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정차반대는 지역대결이 아니다

영등포역 정차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일 저녁 지하철 철산역과 광명사거리역에서 진행되는 서명운동에 시민들의 호응은 높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광명시 정치인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지난 23일 시민대책위 발대식에서는 어디에도 시장과 국회의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광명에서 열리는 자질구레한 행사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나타나는 얼굴마담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특이하다.

고속철 광명역이 개통 10여일을 앞두고 중간역으로 확정되었을 때도 이들은 시민들이 모르고 넘어가 줬으면 했다. 광명이 지역 애착심이 부족하고 시민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어려운 동네라는 것을 지역정치인들은 최대한 이용한다.

지난 4월 29일 광대위(고속철광명역활성화범시민대책위)가 개최한 국회의원 당선자 간담회에서도 영등포역 정차문제가 제기됐었다. 백재현 시장은 “영등포에 정차역이 생기면 머리띠라도 두르고 막겠다”고 공언했고 전재희 국회의원은 “괜히 광명시민들이 떠들어 영등포 구민을 화나게 하지 말라”며 “정치적으로 조용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이들의 태도는 지금 시민들을 화나게 한다. 머리띠를 둘러야 할 시장은 묵묵부답이고 전 의원은 여전히 광명시민들은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대결구도로 비춰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지역대결구도인가. 영등포 정차를 반대하는 것은 광명과 영등포의 대결이 아니라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국책사업을 제대로 운영하라는 국민적 질타다.

국가 예산집행을 감시해야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그것도 광명시 국회의원이라면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 시켜야 한다. 동료 의원들 대부분이 영등포 정차를 원하므로 뒤에서 조용히 해결한다고 쉬쉬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책사업이 제대로 되길 바란다면 당당하게 공론화시켜야 할 것이다.

항간에는 백 시장이 차기 선거의 공천을 걱정해 집권 여당에 밉보이고 싶지 않아 나서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전재희 의원이 집권 여당인 시장을 도와주고 싶지 않아 사태를 방관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나서지 않더라도 이제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광명시민들은 알고 있다. 고속철 광명역이 들어서자 마치 자신의 업적인 양 떠들어대던 지역 정치인들이 이제 시발역에서 밀려나고 영등포 정차까지 거론되고 사회문제가 되니까 서로 책임 미루기에 급급함을.

영등포 정차 문제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역세권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계속 논란거리로 남을 문제다. 올해 안으로 생기지 않는다고 넋 놓고 기다릴 때가 아니다. 그 동안 광명시를 책임져 온 백 시장과 전 의원은 이제라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건교부 장관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고속철 전담반을 구성해 발 빠른 정보 수집으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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