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례 / 해누리 유치원 버스동승교사

							윤석례
윤석례

광명지역신문 독자편지=윤석례 / 해누리 유치원 버스동승교사>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오십을 훌쩍 넘겼고, 직업은 소하동에 위치한 해누리 유치원 버스 동승교사입니다. 

코로나19로 하던 일을 접고 2년 만에 취업한 유치원 일은 제 삶에 행복과 웃음을 함께 주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요. 딸 아이가 만약 좀 일찍 결혼을 했더라면 손주뻘 되는 아이들인데 저에게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불러준답니다.

원래 제 꿈이 선생님이었는데 이 나이에 정말 선생님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이들과 봄, 그리고 여름, 다시 가을, 찬바람 부는 겨울까지 10개월을 아무 사고없이 잘 보넀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제 자신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 유치원은 원장님, 원감님 이하 담임 선생님 그리고 방과후 선생님, 햇살반 선생님, 영양사님, 따로 봉사하시는 선생님 등 참 많은 분들이 계시고, 다들 너무 따뜻한 분들이라 가족처럼 지내고 있지요. 

낯설은 환경에서 나이들어 일한다는 게 어찌보면 더 어려울수도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이 되고, 웃음을 주기도 한답니다. 특히나 햇살반 선생님들의 사랑을 보면서 나이많은 저도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합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유치원 버스에서 한 명, 한 명 내릴 때마다 꼭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생각에 하루가 행복해질 것 같아요. 

저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주고, 내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빈 시간에는 원장님 덕분에 방역도 하고요. 아이들 간식 챙기는 것도 돕고, 도서관 책 정리도 합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이 시기에 방역 일을 하면서 작은 애국자라도 된 것 같아 보람이 있습니다. 

가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동학대'라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곤 하는데요. 우리 해누리 유치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없는 일이에요. 어찌 이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에게 꽃으로라도 때릴 수 있을까요?

유치원 일을 하면서 깨달은 건 아이들의 인성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한가지! 처음엔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도 도무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아이도 끝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대하면 어느 순간 내 곁에 와 있는 걸 보면서 역시 사랑과 관심은 닫힌 마음의 문도 열게 해준다는 걸 배웁니다. 

그래서 어른으로서 더 모범이 되는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작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매일매일 다짐합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몸은 춥지만,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러 버스에 오르는 길은 여전히 마냥 설레고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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