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동일잣대 안돼...정책입안자 인식전환 선행돼야

							전국 주택매매-전세가격추이 (출처 : 한국부동산원 2021. 7월 보고서)
전국 주택매매-전세가격추이 (출처 : 한국부동산원 2021. 7월 보고서)

***주민호 광명지역신문 편집위원은 한양대학교 부동산학 박사로 현재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더불어민주당 광명을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이며, 법무부범죄예방위원 광명지구협의회장,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광명지역신문=주민호 본지 편집위원> 지난 7월,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부동산대학원에서 신입생 추가모집이 있었다. 정시모집이 아닌 휴학에 따른 2명의 결원에 대한 추가모집이다. 15명이 지원했으니 7대 1의 높은 경쟁률이다. 학부에서 부동산학을 전공했거나 부동산 산업과 관련있는 지원자가 대부분이지만 이전과 다르게 비전공자와 부동산과 무관한 업종에 종사하는 지원자 비율도 상당하다. 그들은 왜 이곳에 지원했을까.

Real Estate. 부동산은 ‘진정한 재산’ 또는 ‘실체적 재산’으로 번역된다. 건축기술의 발달로 지상과 지하의 최유효 이용을 꾀하는 오늘날과 달리 토지에 대한 수평적 이용만 가능하던 과거에는 ‘토지’ 자체가 재산이었고, 영속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Real Estate’라는 의미는 매우 달라진다. 토지에 대한 수직적, 입체적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외부환경에 민감하고,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소유의 가치 이상으로 활용 가치의 비중이 커지면서 각각의 권리에 대한 가치평가와 분석이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민감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토지는 영속적이지만 주택을 포함한 지상 건축물은 영속적일 수 없고 그 변화의 흐름은 정책을 따르기 때문이다.

도시는 생성-발달-쇠퇴-재생의 과정을 반복하고 건축물 역시 그 과정을 동반 한다. 그중 가치변동이 가장 큰 것이 바로 ‘주택’이다. 대도시를 포함한 몇몇 거점도시와 도심을 중심으로 편중된 물리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은 주택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이런 가치는 결국 정부의 주택정책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의 의도와 방향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식민지 시대의 종식과 휴전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집중된 거점도시가 개발됐다. 따라서 높은 인구밀도와 주택수요의 증가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었다. 공급량이 모자라니 주택에 대한 투자심리는 ‘가진 자’들은 물론 ‘실거주를 원하는 무주택자’ 또는 ‘덜 가진 자’도 집을 소유하는 것이 재산증식의 방정식으로 학습됐다.

우리나라에서 전세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상대적 이익이 보장되는 법적장치로서 특히 임차인에게는 내집을 마련하는데 당연히 거쳐가는 과정이다.

매달 소멸성 사용료를 지불하는 월세와 달리 계약만기와 동시에 목돈을 그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 전세제도를 통해서 세입자들은 반환받을 전세금에 일부금의 대출을 받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살아간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를 살필 필요 없이 사다리 역할만으로도 전세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역할에 의문을 갖게 된다. 전세제도는 고금리에 가계대출이 어렵던 시대의 산물이다. 은행은 기업 위주로 대출을 해 주고 개인은 10%가 넘는 이자를 지불해도 대출받기 어려웠던 시대에 전세제도는 임대인이 목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세입자도 내집 마련을 꾀할 수 있으니 제도권 하에서 상호 적절한 타협이 이뤄졌다.

현재는 달라졌다. 서울 대부분의 집값은 크게 올랐고, 월세와 전세는 기존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다. 대출을 받자니 한도가 많이 줄었다. 내집 마련의 사다리는 무너졌고 이제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임대인 역시 월세보다 못한 저금리로 인해 궂이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고, 전세가격은 주택가격 상승의 전조현상으로서 임대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상승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현재의 전세제도는 임대인, 임차인에게 실익이 없고, 특히 임대차3법의 의도에 의하면 임대인은 투기를 조장하고자 목돈을 마련하는 부당이득자로 치부될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든 부자가 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히 인정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법이 있다면 세법과 형법으로 엄격히 다스리면 된다. 그러나 더 가진 자들의 축적과정이 덜 가진 자들과 확연히 다른데 이를 공통분모로 계산하면 엉뚱한 오답이 나올 수 밖에 없다.

30억짜리 주택에 사는 사람과 3억짜리 주택에 사는 사람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더 가진 자들의 리그를 인정해야만 덜 가진 자들이 진정 보호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집을 갖고자 하는 무주택자의 열망과 실거주자가 가지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는 죄가 될 수 없다.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기본권이자 수십 년간 학습된 인식이다. 이를 바꾸려면 인식의 전환에 대한 연착륙 과정이 필요하다. 수십 년에 걸쳐 학습된 인식과 고착된 시장의 흐름을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다. 더구나 규제만으로 효과를 바라고자 했다면 국민이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그분네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동산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업계에 종사하지도 않은 지원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나만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부동산 공부 좀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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