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암소를 타고 놀던 아들(정래준, 25, 사진 오른쪽)이 영농후계자인 아버지(정기종, 55, 사진 왼쪽)의 뒤를 잇는다. 어렸을 때부터 소와 함께 자라왔기에 자연스럽다. 제법 후계자 티가 난다. 작년 봄부터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눈가가 붉어졌는지 슬쩍 훔친다.

노온사동에서 토종 한우를 26년째 기르고 있는 정기종씨. 소에 대한 사랑과 집념이 남다르다.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노력을 했다. 결과는 고등품질(혈통 등록)의 소를 양산하는데 성공을 했다. 한우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1차 기초등록(2년), 2차 혈통등록(5년), 3차 고등등록(10년)의 과정을 거친다.

정씨는 “한우는 방목을 해서 기르게 되면 육질이 떨어진다”며 “방목보다는 우사에서 기르는 것이 육질이 부드럽다”고 했다. 특히 숫놈은 90% 거세를 하는데 시기가 중요하다. 거세하면 육질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맛이 고소하고 소의 성격이 순해져 마블링(고기에 하얀 이끼가 낀 현상) 상태가 좋다.

부자 2대가 한우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정래준 군은 “소를 사육하는 기술을 모두 습득하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중요한 관심갖기, 관찰하기, 사랑표현하기 등 50% 전수를 해주셨다”며 그만의 기술도 있다고 자랑을 한다. 소가 처음으로 차를 탈 때 버티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이때 래준 군은 소의 꼬리를 살짝 꺾어 준다. 놀란 소가 부리나케 차에 올라타게 된다나...

또한 2대째 영농후계자를 꿈꾸는 래준 군은 자신의 눈이 달라졌다며 재밌는 얘기를 했다. 우사에 들어가 소들의 굵은 분비물을 치우다 보면 분비물이 슈크림이나 밀크셰이크로 보인다고 한다.

지난 2004년에는 경기도 농어민대상(대가축부문)을 수상했다. 수많은 고난과 고통을 대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80년대 소 파동을 힘겹게 헤쳐 나오자 브루셀라병이 험난한 파고를 안겨다 주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정씨는 그랬다. 광우병의 한파도 넘기고 값진 선물을 받은 것이다.

주위에서 이들 부자를 바라보는 눈은 칭찬일색이다. 정기종씨는 ‘일 욕심 많은 사람’, 아들 래준 군은 ‘속이 영감 같은 청년’이다. 그만큼 속이 깊다. 두 부자는 소를 도축해서 등급이 좋았을 때 보람을 느낀다. 좋은 등급은 곧 그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작품이기에...

우사에는 이제 갓 태어난 어린 소가 걸음마를 연습하고 있었다. “음메~“ 왕방울 눈을 껌벅이며 바라본다. 정기종씨는 말한다. 우직한 소의 고집과 끈기가 지금의 자신이 있게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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