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의료는 산업이 아니라 권리(3)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비영리법인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병원을 운영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식대, 병실료, 고가장비에 의한 각종 검사 등으로 많은 수익을 낸다.

최근 사립대학병원들을 포함한 민간병원들의 병상 규모가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환자를 수용할 병실이 모자라서 늘리는 게 아니다. 대형병원들간의 경쟁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병상이 늘어나면 환자도 늘어난다? 웃기는 말 같지만 사실이다. 아픈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입원 치료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병상을 증축했으니 병상을 가동해야 손해를 안보게 된다. 그러기 위해 불필요한 과잉진료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의 경우 국가당 2~4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백억원대의 PET를 45대나 보유하고 있고 CT나 MRI 등의 보유현황도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3위를 기록한다. 우리나라 병원의 고가 의료장비와 시설은 이미 매우 과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 의료기관개설이 허용되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과잉투자와 과잉진료를 더욱 부추키게 될 것이고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은 폭등할 것이다.

캐나다, 스웨덴의 경우 공공의료가 100%이고 영국은 90%이상이 공공의료기관이다. 영국의 경우 8.7% 프랑스 19% 독일의 경우 3.8가 민간영리의료기관이지만 정부에서 관리함으로써 국가가 철저하게 의료문제를 책임지고 있다. 정부에서 의료산업화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의료비 지출은 세계 최고인데 비해 건강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처음부터 민간자본이 의료체계를 장악한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제도가 없는 나라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지출이 1인당 평균 1만달러 이상이고 15%이상의 국민(약 4천5백만명)이 의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매년 200만명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고 있고 영아사망률은 1천명당 7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러한 미국도 상위 10위 안에 해당하는 병원이 모두 비영리법인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경우 수익금이 투자자 개인에게 배당되지만 비영리법인의 경우 수익금이 의료의 질적 개선과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
병원의 경쟁력이 치열해지면 의료의 가격이 하락하고 질은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의료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분야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병원을 비영리 법인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 1.,2,3차 의료전달체계는 이름만 있을뿐이다. 의료보장성도 OECD 국가 중 하위수준이다.

이런 취약한 의료현실 속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서민들과 저소득층은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은 그 무엇과도 거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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