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에서 옥석 가려내는 것이 투표의 힘이다

김종인 대표가 특별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광주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성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삼성은 즉각 “검토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황당한 일이다. 표만 얻어보려고 임기응변식으로 한 허언성 공약이라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광명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광명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은숙 후보가 경희대 병원 재정위원회와 협의를 마쳤다며 경희대 의대를 광명에 유치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었고, 이제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연일 홍보하고 있다.

경희대 홍보실은 의대 이전을 협의했다는 주장에 대해 즉각 “해당 후보와 의대 이전을 협의한 사실이 없고, 재정위원회라는 조직도 없다”고 밝혔다. 광명시도 “모 부동산업자가 제안한 적은 있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땅도 없을 뿐더러 특정업자에게 특혜를 줄 소지가 커서 협의조차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업자 측은 보금자리가 취소된 특별관리지역 25만평을 자신들이 개발할 수 있게 개발계획을 세워달라고 광명시에 작년 10월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후보와 업자 측은 법적으로 유치가 가능하고 이미 경희대, 광명시장과도 이야기가 된 사항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사업 주체가 되어야 할 경희대는 아예 모르는 일이고, 광명시는 업자의 터무니없는 제안이라 거절했다는 반응이다. 허언성 공약이라는 논란은 불가피하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사람을 얼마나 잘 뽑느냐에 따라 나라와 지역의 미래가 결정된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로서는 당선이 목표이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선거 때만 되면 남발되는 헛공약, 무조건 알리고 보자는 출마자들의 행태는 유권자를 피곤하게 하고,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지게 한다. 그래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 선거는 갑구와 을구 모두 기성정치인과 정치신인들의 대결양상이다. 보수냐 진보냐, 경륜있는 정치인이냐 신인이냐를 떠나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갈 능력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치의 거대담론 속에 요동치는 선거판에서 ‘정당’의 간판 뒤에 숨어 슬그머니 자리를 꿰차려는 얄팍한 술수가 난무하고, 자신의 상품가치를 올리기보다 남의 당선을 막자는 일념으로 밑도 끝도 없이 유권자들에게 들이대는 갑갑한 후보도 생겨난다. 자신이 왜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지 말 한마디 못하면서 악수만 하고 돌아다니면 표가 된다고 믿는 ‘백치’ 후보도 지금 이 시간,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명함을 돌리고 있다. 짧은 선거운동기간 동안에 유권자들이 깊이있는 내막은 모를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으로 헛공약을 남발하는 이들도 뛰고 있다.

이런 진흙탕 속에서 누가 ‘진짜’인지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야말로 유권자의 책임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시한 공약이 실현가능한지 꼼꼼히 따지는 똑똑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OOO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라고 누구에게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 그것이 바로 투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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