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는 시대적 요구

지난 3월 2일 국회는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호주제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나 행정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라 사실상의 위헌 판결이나 다름없다. 이는 헌법 제36조 1항에 명시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내용에 현행 호주제가 반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제 폐지를 반대했던 유림측은 ‘호주제 폐지는 동종교배와 현대판 고려장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제 폐지가 곧 가족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그간의 반대논리를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이 가족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여성.. 둔감한 남성

호주제가 엄연히 존재했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폭력 등의 규정된 이혼사유가 아니더라도 성격차나 경제적 원인으로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 근저에는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양성평등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잘 적응하는 여성과 기존의 가부장제사회의 관습과 의식에 익숙하여 새로운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남성 사이의 보이지 않는 인식의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즉 우리 사회에서 가정해체의 문제는 호주제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진행 중인 일이며, 오히려 헌호주제가 헌법에 반한다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한 가족생활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가족관계와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가족해체는 줄어들 수 있다. 남아선호를 부채질해 남녀차별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국제사회에서도 폐지를 권고받았던 호주제를 폐지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용없는 상징물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강은숙 <광명여성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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