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서원 위탁심사자료 공개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길래...

광명시가 광명의 대표인물인 오리 이원익 대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오리서원의 운영권을 위탁심사를 거쳐 타 지역의 영리업체인 주식회사 다산아카데미로 넘긴 것에 대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존에 오리서원을 운영해왔던 광명문화원은 광명시의 위탁심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지역문화의 발전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위탁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지역 원로들의 모임인 광명원로회는 유감을 표명하며 광명시에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명시는 위탁심사과정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이런 가운데 광명시가 영리법인은 위탁심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관련조례까지 위반하면서 영리법인인 주식회사 다산아카데미를 오리서원 위탁자로 선정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광명시는 관련조례를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다른 조례를 적용했다고 변명하지만 언제부터 공무원들이 적용할 규정까지 임의로 바꿔 민간위탁자를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인지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게다가 광명시는 영리법인이 선정된 것에 문제가 제기되자, 관련조례를 뒤집어 영리법인을 포함시켜 입법예고를 하는 수법으로 특정업체의 자격요건까지 사후 충족시켜 주려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결국 양기대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하게 됐다. 의혹이 의혹을 낳으면서 광명시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마당에서 지역원로들의 충고도 무시하고, 검찰고발까지 당하면서까지 양기대 시장이 지키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역사회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번이나 낙선하고도 여전히 내년 총선 출마 기회를 엿보고 있는 양 시장과 오리서원 위탁자 선정문제를 연관지어 온갖 추측과 소문들이 무성하다. 심지어는 양 시장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당내 호남인사들과의 친분을 넓히려는 과정에서 다산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는 호남출신 전직 재선 국회의원과의 관계설정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위탁심사위원들이 심사당시 비공개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심사과정을 계속 함구하는 것은 광명시민들을 기만하는 것이고, 더 이상 그렇게 고집만 부리기엔 명분도 없다.

행정은 투명하고 깨끗해야 힘이 생긴다. 의심스러운 행정에 대해 투명함을 밝히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고 합당하다. 광명시와 시장이 이런 요구를 거부한다면 스스로 밀실행정을 인정하는 셈이고, 뒤에 뭔가 다른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선정과정이 떳떳하다면 심사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가. 양 시장은 즉각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조선시대 영의정까지 지내며 청백리 관료의 표상인 오리대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오리서원까지 설립한 광명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 행정이 청렴했음을 입증하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시장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을 뽑아 준 시민들과의 신뢰다. 아울러 오리서원 위탁자 선정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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