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차환 광명시 서적협동조합 이사장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의 중소형 서점은 1천600여 곳으로, 지난 10년 새 동네서점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러나 역으로 대형서점은 늘고 있다. 오로지 동네서점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만 해도 몇 년 전에 18곳이었던 동네 소매 서점이 현재 6개 밖에 남지 않았다. 광명시 인구가 36만명임을 감안한다면 인구 6만명 중 서점이 1개 밖에 되지 않은 셈이다. 자본력을 내세운 대형서점들과 온라인 서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동네 서점들은 설 곳을 잃었고, 더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했다.

벼랑 끝에 몰린 광명시 동네 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지난 6월 설립된 광명시 서적협동조합(이사장 구차환)이 그것이다. 지역주민들과 호흡하고, 책방 주인의 기호를 공유하는 문화의 공간, 어릴 적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추억의 놀이터, 동네 책방들이 척박한 토양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편집자註>

 						 							▲ 구차환 광명시 서적협동조합 이사장
▲ 구차환 광명시 서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런 경영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3년 안에 광명에 있는 서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합니다. 동네 서점을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동네 서점이 하나도 없는 도시, 이거 너무 슬프고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구차환 광명시 서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구 이사장은 광명의 1호 서점인 일지서적 창립자이며, 현재 광명사거리에서 크로앙스 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63세인 그는 인생의 40년 이상을 책과 함께 살아온, 정말 누가 뭐래도 책방 주인이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서점에 오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서점을 찾아와요. 그럴 때 보람도 느끼고, 자부심도 느끼죠. 광명에 있는 서점들은 대개 20년에서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서점의 역사를 함께 해 온 가족같은 사람들이죠. 어려운 경영상태에 수백번 문을 닫으려고 했다가도 자부심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버텨왔죠.”

구 이사장이 동네 서점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결성한 이유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네 서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고객이 안 온다고 할 게 아니라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네 서점들도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안되더라도 시도는 해보자는 마음에 일을 벌였고, 지금 당장 큰 성과는 없더라도 밑거름이라도 되자는 생각이다.

구 이사장은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올해 광명시 관공서, 학교 등의 도서구입 입찰에 타 시군 80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 중 광명시 관내 업체는 1곳만 낙찰됐다”며 “광명시가 입찰자격에 있어 지역 서점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 울산, 광주, 대구는 광역시 차원에서 입찰 자격을 제한하고 있고, 경기도 안성, 강원도 속초, 강릉 등은 기초자치단체 내에 있는 업체에 한정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은 어디서 구매하나 물건이 똑같다. 입찰 자격을 지역으로 제한하더라도 질이 떨어질 염려가 없어 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제한을 두는 것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동네 서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신뢰도를 높이고, 마진율을 줄이려 노력한다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이득이고, 동네 서점들도 살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광명시가 실시한 1억여원 도서구매입찰에서 낙찰된 업체와 최하위 업체간 금액 차이가 70만원 정도다. 응찰업체 수가 많다고 해서 예산 절감 효과도 거의 없고, 오히려 광명시민의 혈세가 타 지역 업체로 지출되는 셈이다.

구 이사장은 정부가 동네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11월 21일부터 시행하는 도서정가제를 언급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할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시행되면 소비자가 책값을 신뢰하고, 유통구조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협동조합의 경쟁력을 높여 향후 대형 공동매장을 마련해 북카페, 쉼터, 놀이방 등 고객들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광명시가 지역의 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명시 관내 전통시장, 슈퍼마켓, 가구, 패션업체, 서점 등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협동조합을 결성해 몸부림치고 있는 현실에서 지자체가 전시성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여러분은 ‘동네 서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학창시절 들락거리던 동네 자그마한 서점,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 사랑방. 동네 서점은 수십년 이곳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나, 수십년 서점 앞을 오가던 사람들에게나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이자, 자부심이 아닐까. 그런 자부심이 없어지면 너무 슬프고 부끄러워지는 일이 아닐까.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